빅뱅, 투애니원 등을 성공적으로 키워낸 베테랑 제작자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47) 대표 프로듀서는 많이 긴장한 듯 했다.

8일 오후 3시부터 서울 청담동에서 열린 기자회견, 꼭꼭 감춰 뒀던 4인조 걸그룹 '블랙핑크'와 처음 미디어 앞에 함께 앉은 자리다.

"딸의 초등학교 입학식에 온 것 같아요. 불안, 불안하네요. 인터뷰 장소에 올라오기 전부터 굉장히 떨렸습니다. 오늘이 이 친구들의 생일과도 같은 날인데, 많이 떨 것 같아서 옆에 앉게 됐습니다."(양현석)

긴장한 건 블랙핑크의 네 멤버들도 마찬가지다. 당장이라도 심장을 토할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얌전히 앉은 멤버들은 떨리는 손으로 마이크를 잡고 오래 기다린 데뷔에 대한 소감과 각오를 전했다.

"너무 기다려왔던 데뷔여서 많이 떨리고 긴장이 되지만, 준비하고 연습한 만큼 멋지고 좋은 무대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많이 사랑해주세요."(로제), "오랜 시간 기대해주시고, 기다려주신 분께 너무 감사드리고요. 앞으로 블랙핑크만의 색으로 채워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제니)

길게는 6년, 짧게는 4년을 준비한 멤버를 모아 드디어 내 놓는 신인 그룹이다. 양현석이 "새 걸 그룹이 나올 거다"고 예고한 지도 벌써 4년 전이다. 대형 기획사로 손꼽히는 YG에서 내놓는 신인 그룹이라는 점만으로 기대와 화제의 중심에 섰다.

"대중과 팬을 만족시키기 이전에 가수와 YG 스태프를 만족시킬 만한 완벽한 콘텐츠를 준비하는 데 시간이 이렇게 오래 걸렸습니다. 블랙핑크가 탄생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서 죄송하다는 말씀 먼저 드리고 싶고요, 앞으로 가급적이면 많은 곡을 소개시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양현석)

평균 나이 만 19세의 네 멤버 제니, 지수, 리사, 로제로 구성된 그룹이다. 가장 예쁘고 여자다운 색으로 표현되는 '핑크'에 이를 부정하는 '블랙'을 덧붙여 '예쁘게만 보지 말라'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특별한 상품 앞에 '블랙'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처럼 특별한 걸 그룹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멤버 선발에 있어서 외모를 최우선 기준으로 두지 않았던 YG의 20년 사상 가장 출중한 외모를 자랑한다.

이날 처음 미디어 앞에 모습을 드러낸 블랙핑크는 정석 미녀부터 개성파 미녀, 해외파 미녀까지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키며 누구 하나 빠지지 않는 얼굴과 몸매를 자랑했다. 데뷔까지 긴 시간이 걸린 이유다.

"완벽한 사람이 없더라고요. 예쁜데 노래를 잘하고, 춤도 잘 추는 사람이 몇 안 됐어요. 지금까지 YG가 했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팀을 만들고 싶어서 외모를 겸비한 친구들을 찾았고, 그렇게 만들려다 보니까 좀 더 시간이 걸렸습니다."(양현석)

일반적인 청순·섹시 콘셉트를 내세우는 걸 그룹과는 결이 다른 그룹 투애니원을 성공적으로 론칭한 후 7년 만에 내 놓는 YG의 새 걸 그룹이다. 투애니원처럼, YG의 메인 프로듀서 테디가 전담 프로듀싱을 맡았다. 메인 보컬 박봄의 암페타민 밀수 혐의로 활동을 중단한데다 공민지가 탈퇴한 투애니원의 공백을 채울 후발주자로 나설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저희도 좀 부담이 되긴 했는데, 그래도 계속 열심히 연습하고 노력할거고요. 회사 선배들의 이름에 먹칠하지 않도록 라이브도, 춤도 더 연습해서 완벽한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지수)

이날 밤 8시 데뷔 싱글 '스퀘어 원(SQUARE ONE)'을 공개한다. 몽환적이고 중독성 강한 힙합 트랙 '휘파람'과 댄스홀과 일렉트로닉 하우스가 결합된 에너지 넘치는 '붐바야(BOOMBAYAH)' 등 두 곡이 담겼다. 껍데기는 달라졌지만 내용물은 여전히 YG 음악의 정수다.

"예쁜 멤버들을 뽑았다고 음악까지 예쁘고 귀엽게 하고 싶진 않았어요. YG의 스타일을 지켜가면서 다양한 색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투애니원이나 타 걸 그룹과의 차별화를 억지로 꾀했다기보다는 가장 YG스러운 걸 그룹, 가장 YG스러운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양현석)

오는 14일 SBS TV '인기가요'로 첫 무대를 공개한다. 발매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미 앞으로 발표할 앨범의 8곡 정도는 완성된 상태다.

"빨리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지난 6년 동안 연습하는 과정을 봤기 때문에 잘할 거라고 믿고요. 무대를 통해서 이 친구들을 여러분께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양현석)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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