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김호일 청주시문화재단 사무총장

김호일 청주시문화재단 사무총장

세계 어느 나라, 선진국이든 그렇지 않던 대부분의 도시에는 나름의 야시장이 활발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일본 후쿠오카 텐진(唐津)에 있는 야시장에서 만난 일본인의 자리 양보는 일본에 대한 대부분의 인상을 결정하며, 옌볜 야시장 꼬치 굽는 아저씨의 후한 인심 역시 옌볜을 다시 찾고 싶은 도시로 기억하게 한다.

분명한 것은 '야시장은 볼거리다 두말하면 잔소리다' 우리 지역의 경우 야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논의나 접근이 너무나 고상하고 점잖지 않은가. 낯선 여행자는 물론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야시장으로 가는 이유는 사람 사는 냄새, 그리움, 추억을 느끼고 맛보기 위해서이다.

관광이라고 할 때 쓰는 관(觀)자를 보라. 이 觀자는 '올빼미의 눈으로 밤에 본다'라는 의미의 뜻글자이다. 밤이 되면 음식도 볼거리이며, 살거리도 볼거리이고 먹거리도 볼거리이다. 이곳을 찾는 고객들에게 무엇을 보여 줄 것인가를 고민하면 되는 것이다. 서문시장 풍물야시장엔 단 한가지의 볼거리도 없었다. 지난 6월3일 대구광역시의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에 야시장이 개장하였다.

필자가 어린 시절 어머니 손을 잡고 들러보았던 추억의 시장이다. 이곳은 도심중앙에 자리 잡은 전통시장이다. 이곳은 특히 손칼국수와 밀가루음식 맛을 서로 뽐내고 자랑하는 곳 이기도하다. 공교롭게 우리시에도 '서문시장'이 있다. 이곳은 '삼겹살 거리'로 특화되고 현직 대통령이 다녀가신 이후로 각종매스컴을 타고 전국적으로 더욱 유명해지기 시작하였다.

지난해 10월경, 여기에 더하여 서문시장 삼겹살거리 중앙 통로부분에다 '풍물야시장'이란 걸 시도했다. 6개월 남짓 서민형 지역 소상인들이 25개 정도의 반평도 안 되는 판매대를 차려놓고 혹한의 겨울장사를 했다. 봄이 오고 꽃이 피면 나아지겠지 라는 막연한 기대만을 안고서... 지금은 어떠한가. 그나마도 또 원점으로 돌아오고야 말았다.

청주 서문시장은 대구 서문시장처럼 기존상인들과 풍물야시장과의 마찰도 없었다. 서로 상생하자는 뜻도 통했다. 그래도 대구의 일부 야시장 판매대는 하루 수백만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성황이었고 대구시나 관련 기관들이 개최하는 행사의 끝 부분은 반드시 서문야시장 관람 그리고 근대골목 관광이 들어있다. 하지만, 청주 서문 야시장은 하루에 1-2만원도 매출을 올리지 못하는 날이 더 많았다고 한다. 그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필자는 여섯차례 겨울의 서문시장 풍물야시장 상인들과 대화를 가졌다. 쓰다버린 찌그러진 식용유통에 통나무 몇 개가 타고 있던 화로 곁에서였다. 직접 장사를 하는 분들을 위로도하고 필요한 사항을 귀담아 듣기위해서이다.

우리사회는 왜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려하지 않는 것일까? 책상에 앉아 준비된 계획을 현장에 접목하면 성공한다는 그들의 생각에 대한 비판이 대부분이고, 심지어 죄 없는 시장님을 원망하는 현장의 목소리로 기억된다.

야시장과 기존상가 영업시간은 서로 다르며, 고객층도 확연히 갈려야 성공하기 때문이다. 이곳의 상인들은 공통적으로 성안길의 길거리 상인들을 부러워하고 있었다. 단 한 가지 이유에서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으로. 그래도 불이 켜지고 사람구경이라도 하고 북적북적 인파가 있기 때문이다. 서문시장 풍물야시장의 분위기는 썰렁함 그 자체였다. 가끔씩 삼겹살에 소주한잔을 드신 취객 들을 바라보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일반적으로 기존 상가가 오후 6시30분~7시에 문을 닫으면 야시장은 오후 7시30분부터 자정까지 운영한다. 삼겹살거리도 마찬가지다. 한쪽으로 늘어선 식당들은 늦은 시간까지 영업을 한다. 그곳에는 음료도 있고 술도 있다. 말이 풍물야시장이지 길거리 음식부스에 지나지 않는 판매대들이다. 무엇을 보러 이곳에 온다는 말인가?

최근 대구의 서문시장 야시장은 개장 직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하루 저녁에 수만 명의 인파가 찾고 있다. 일부 판매대 앞에는 수십 미터나 되는 줄이 늘어설 정도다. 대구시와 서문시장상가연합회도 일단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서문시장상가연합회 부회장(류성재)은 "최근 몇 주간 전국 시장들을 다녀보니 어디서나 서문시장이 화제였고, 브랜드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기존 상인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야시장과 상생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름만 야시장 풍물시장이 아니라 그곳에 가면 사람 사는 모습이라도 볼 수 있어야 한다. '새장 지어놓고 새가 날아들기를 기다리는 꼴'이다. 율량동에 차려진 풍물야시장엔 각설이 타령이라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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