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강관우 더프레미어 대표이사.前 SBSCNBC 앵커

일반적으로 유가가 낮아지면 경제에는 좋다고 여겨져 왔다. 금리가 낮아지면 투자는 활성화된다고도 배워왔다. 경제현상에 대한 해석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와 같다고도 하는데, 최근의 저유가, 저금리 현상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인가?

작금의 저유가 상황은 원유 공급증가 등에 기인한 유가 하락에 글로벌 수요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예전 같았으면 저유가를 기반으로 해서 당연히 경기가 살아났어야 함에도 말이다. 지금은 오히려 세계 각국은 저유가에 따른 디플레이션 가능성까지 우려하고 있다.

저금리 상황도 전세계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저성장 시대에 저금리만으로는 기업투자가 늘어나기 쉽지 않다. 이미 막대한 현금을 쌓아놓고 있는 국내기업들이 투자를 꺼려하는 것도 그만큼 투자대비 돈벌이가 쉽지 않는 기업환경임을 말해준다. 실질소득도 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반 가계(Household)는 저금리로 그만큼 이자소득마저 급격하게 줄어든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국제신용평가기관인 S&P가 우리나라에 대한 국가신용등급을 역대 최고 수준인 AA로 상향하자, 원/달러 환율이 1100원을 깨고 내려가며 원화강세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 동안 대표적인 위험자산이라고 여겨졌던 한국의 원화가 이제는 마치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모양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수출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원화강세가 수출경쟁력 차원에서 대체적으로 우호적이지 않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6월말 브렉시트(Brexit) 이후 주요국들은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자국의 통화가치를 낮추려고 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오히려 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경제문제가 동전의 양면이어서, 이러한 저유가·저금리·저환율이 반가운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저유가에 항공사가 웃고 있을 것이고, 저금리에 기반한 아파트 가격상승에 주택소유자들은 나쁠 게 없다. 수입관련 업종,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도 최근의 저환율이 반가울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3저 현상에 대부분의 사람들과 한국의 대다수 기업들은 긍정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주식시장은 강세 분위기의 연속이다.

일단 미국의 3대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우리 주식시장에도 외국인들이 지난 한 달 동안 무려 4조원 넘게 순(純)매수를 집중하며 지수를 끌어 올렸다. 이러한 외국인들에 반해 국내 펀드들은 환매압력이 지속되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일반인들로서는 금융시장의 모습에 혼돈스러울 수 밖에 없다.

7월말 영국에서 터진 브렉시트(Brexit) 이후 시장이 망할 것 같은 당시의 분위기였지만, 오히려 당사국인 영국, 안전통화국으로 오히려 엔화강세를 겪는 일본 모두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쏟아내자, 주요국의 주식시장들이 브렉시트 이전 수준이상으로 회복돼 있는 상황이다. 이미 전세계가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빠진 지 오래여서, 사방에 여전히 악재 우위임에도 말이다. 돈의 힘이 그 정도로 셌다.

주식시장이 좋아진다고 해서 교과서에서 배운 부(富)의 효과(Wealth Effect)가 나타나고,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가 얼마나 생겨날까? 현재 여건으로 봐서는 아직까지는 미지수다. 이제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이 G20개국 가운데 6개 나라 정도인 AA급으로 상향됐다고 하니,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으쓱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실물경제와의 괴리감은 여전해 보이며, S&P의 지적처럼 '가계의 부채 증가' 등의 이슈들은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긴급하게 편성이 되는 이번의 추경 또한 단기적인 미봉책에 불과해 보인다. 많은 나라들이 유동성 함정에 빠져있지만, 전세계 시장은 오늘도 더 느슨해 질 유동성 기대감에 춤을 추고 있다. 돈을 풀어서 좋아진 경우는 미국 정도에 불과하며, EU나 일본 같은 주요국들의 실물경제는 여전히 헤매고 있는 상황이다. 돈놀이는 그저 돈놀이일 뿐이다. 기본적인 문제인 수요(Demand)를 살려내야 진짜 질 좋은 유동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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