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김대식 천안 ㈜다영푸드 대표

최근 우리나라 산업을 이끌어온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전통적인 중후장대 제조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식품업이 지속적인 성장으로 저성장의 위기에 처한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식품시장은 지난 2014년 기준 5조3천억 달러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어, 자동차 시장규모 1조7천억 달러의 3.2배에 달하고 있다. 또 최근 식품시장의 중심이 유럽에서 벗어나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소비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조리법도 아시아와 남미를 중심으로 식품의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세계 식품시장의 20%를 차지하는 중국은 연간 1천조 원 규모의 거대한 시장을 가지고 있으면서 프리미엄 식품에 대한 수요가 날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인구 8백만에 불과한 스위스의 다국적 기업 네슬레의 전세계 연간 매출액은 108조 원으로, 국내 상장 식품기업 전체 매출액의 합인 69조 원을 능가할 정도로 식품산업은 가공방식에 따라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업종간의 융합과 복합화 여부에 따라 다양한 발전이 가능하고 연관산업에의 파급효과도 큰 첨단산업이다.

우리도 이제는 식품산업을 자동차, IT 산업을 능가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는 의견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식품산업은 고도의 마케팅과 결합하는 첨단 산업이고, 고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미래 수출산업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최근 우리사회는 음식과 요리에 대한 관심이 원재료까지 이어져, 1차산업인 농수산업이 다시 조명을 받고 있으며, 이러한 1차산업에의 관심이 점차 로컬푸드와 푸드마일리지같은 사회운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농산품은 1차 산업이지만, 농산물에 가공·유통을 포함한 농상품은 6차 산업으로 고부가가치가 가능한 산업이다. 농업에 정보기술과 생명공학기술이 접목되면서 부가가치의 상승 뿐만 아니라 첨단산업의 모습을 갖춰가고도 있다. 식품산업은 첨단화·대형화·고부가가치화를 통해 산업 고도화되고 있으며, 현재의 식품산업은 내수시장을 벗어나 장차 프리미엄 식자재, 프리미엄 식품의 수출로 이어질 수 있는 미래형 먹거리 산업이다.

식품은 의류나 전자제품처럼 스펙이나 제품의 외관만 보고 구매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원재료가무엇인지,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지, 먹어본 사람들의 평이 어떤지 특정한 '경험'을 구매하는 제품이고, 이러한 소비자의 경험이 축적되어 제품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게 된다. 그러하기에 다른 어떤 제품보다 생산자와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은 신선식품의 직수출이 가능한 지리적 이점, 한류로 인한 한국 제품에 대한 긍정적 선호현상, 청정 프리미엄 제품 이미지의 구축을 통한 소비자의 신뢰가 형성되고 있어, 한류와 함께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식품시장 진출의 호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와 같이 글로벌적으로 식품산업의 판은 커지고 있고, 글로벌 식품시장에 대한 타이밍도 무르익어 가고 있지만, 정작 진출할만한 기업이 보이질 않는다. 식품산업의 전반적인 기반이 취약해, 소수 대기업외에는 노동집약적인 가내수공업의 영세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제품도 특정제품에 치우치고 있어, 부가가치를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

영세한 식품산업의 특성상 대부분이 단순 가공 수준으로, 해외진출을 도모할 인력이나 해외진출에 대한 인지 자체가 부족해 글로벌 경쟁이 어려운 것 또한 식품산업의 성장에 대한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식품에 요구하고 있는 상품성과 위생 요건은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 식품제조업체들의 생산 여건은 떨어지는 롤러코스터 마냥 위태롭다.

한국 식품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식품산업과 ICT, 문화산업 등을 융·복합한 선진국형 R&D 확대가 핵심이 될 것으로, 이에 대한 체계적인 육성계획과 전략적인 접근이 있어야 한다. 대학과 연구소, 식품관련 기관이 연계해야 하고, 지자체와 출연연구소 등이 밀접하게 협력하여야 하며, 식품의 기초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여 식품산업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

식품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 업체들의 시설개선 및 인프라 확충을 통한 경쟁력 확보, 지자체간의 활발한 연계와 원천기술의 개발 등 식품이라는 산업에 대한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글로벌진출을 위한 호기를 놓치지 않도록 전 업계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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