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수나무]

계룡산 산세가 우람합니다. 대웅전 옆의 목백일홍은 대적전보다 보름정도 먼저 핍니다. 먼저 대웅전을 들러보고 대웅전 옆에 먼저 피어서 이젠 져가는 목백일홍 인증샷 담고 바쁜 마음으로 대적전을 향합니다. 대적전을 가는 길목, 다리 건너기 전에 있는 간성정의 목백일홍을 먼저 담으며 대적전 앞 목백일홍 만나는 시간을 좀 더 늦추고 잠시 해철을 떱니다. 언제나 그랬습니다. 목적해서 온 장소 주변을 빙빙 불러보고 마지막에야 목적한 곳으로 갑니다. 목적한 사물에 빠져서 다른 것을 못보지나 않을까 염려되는 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에는 간성정에 들어 갈 수 있었는데 요즘은 출입금지입니다. 간성정이 무슨 용도의 사찰건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전에 왔을 때 안이 텅 비어 있었으니까요. '너무 노후되어 위험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두근두근…. 갑사를 많이 왔지만 이곳 목백일홍 꽃이 핀 것은 처음 봅니다.

대적전 앞은 한적합니다. 갑사의 범종루와 지장전이 갑사의 얼굴처럼 먼저 보이고 그 뒤로 대웅전과 모든 사찰 건물들이 밀집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바로 앞 계곡을 건너 있는 대적전은 옆에 요사체와 함께 잊혀진 '누구'처럼 사람의 발길이 많지 않습니다.

이곳이 바로 갑사의 최초 대웅전 터입니다. 통일신라시대에 이곳은 무척이나 큰 사찰이었습니다. 대적전 앞으로 내려가면 보이는 당간지주가 고개를 바짝 세우고 봐야 할만큼 높이 서있습니다. 이곳이 얼마나 큰 절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지요. 그리고 대적전 앞에 홀로 아름답게 자리잡은 부도탑이 있습니다. 통일신라 아니면 고려 초기로 보이는 이 부도탑은 이곳 어느 암자에 쓰러져있던 것을 이곳으로 옮겨놓았습니다. 아름답고 정교한 부도탑은 보물 257호. 누구의 부도인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신라의 어느 스님의 부도탑이겠지요.

5일 전쯤 왔다면 더욱 아름다운 목백일홍을 보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마당에 떨어진 목백일홍 꽃잎이 있어 더 감성을 자극합니다. 대적전을 나와 그냥 가면 섭한 내원암으로 갑니다. 숨을 고르며 갑사 왼편 뒤로 올라가야 합니다. 8월 13일의 갑사 아침풍경입니다. 남편은 더운날 저를 떨구고 계룡산 금잔디고개까지 올라갔다 왔습니다. 등에 땀띠가 가득 나가지고 왔답니다.

http://blog.naver.com/eogyesoo/220789043831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