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

창의력의 아이콘이자 유명 광고인인 박웅현과 그의 동료들이 지난해 펴낸 저서의 도발적 제목이다. '사람은 누구나 폭탄이다'라는 말은 '사람은 누구나 창의적이다'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누구든지 창의력이라는 폭탄을 내재하고 있는데 그 폭탄이 터지는 발화 시점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그 폭탄의 뇌관을 찾아주는 일이다.

올해 리우 올림픽에서는 신세대들의 '긍정 에너지'가 화제다. 힘든 훈련을 견뎌내고 과정에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국민들은 환호했다. 그들의 내적 잠재력이 폭발하는 순간순간마다 감동받았다. 그래서 이번 올림픽의 관전 포인트는 사람이다.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하고 승패에 일희일비하면서 금메달에 연연했던 기성세대와는 달리 올림픽 자체를 즐기는 선수들이 늘고 있다. 펜싱 에페 사상 첫 번째 금메달을 획득한 박상영 선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세계 랭킹 21위, 올림픽 첫 출전의 스물한 살 새내기였다. 그의 모바일 메신저 프로필에 '올림픽은 재밌는 놀이'라고 쓰고, '올림픽은 최고의 축제니까 마지막까지 즐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승 종료 2분 24초 전 박상영 선수는 10-14로 벼랑 끝에 몰렸다. 에페에서 그 점수 차는 회복 불능에 가깝다. 이길 수 있는 길은 상대방의 칼을 모두 피하고 5번 연속 먼저 찌르는 것뿐이었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를 되뇌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47초의 기적'을 일궈냈다.

양궁의 장혜진 선수는 좀처럼 낙담하지 않는 성격 때문에 '장 긍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개인 4강전 1세트의 두 번째 화살이 3점 과녁을 맞춘 위기에서도 미소 지으며 탈출했다. 매사에 밝고 쾌활한 심성이 토대가 됐다. 결국 단체 금메달을 포함해 이번 대회 우리나라의 첫 2관왕에 올랐다. 장혜진 선수도 올림픽에 처음 출전했다. 세계 랭킹은 6위로서 동료 최미선(1위), 기보배(3위) 선수에 밀렸다. 단체전 8연패에 대한 부담 탓에 리우에서 악몽을 꾸면서도 '하늘에서 지켜줄 거라 믿고 좋게 생각하려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이들이 늘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박상영 선수는 부모의 사업실패로 펜싱 장비를 살 여유가 없었던 어려움을 겪었고 왼쪽 무릎 전방십자인대 파열로 최대 고비를 맞기도 했다. 장혜진 선수는 늦깎이 양궁인생으로 '만년 4등'(3명 출전)이란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주목받지 못했던 이들의 성공은 우연이나 기적이 아니다. 열정과 긍정의 힘이며 투혼의 산물이다. 신예들의 활약은 '펜싱 사상 최고의 역전극이었다'는 찬사와 '무자비한 한국 양궁'이라는 최상의 평가를 받았다. 이들이 쓴 새로운 역사는 요즘 취업난 등으로 의기소침해진 젊은이들의 학습 본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또 같은 또래 청년들에게 포기를 모르는 '긍정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있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며 잡을 수 없는 저 별을 잡으려 했던 세르반테스는 꿈과 이상을 향한 인간의 도전 의지를 그렸다. 그의 작품 '돈키호테'는 2002년 노르웨이 노벨연구소가 선정한 역사상 최고의 소설이다. 여전히 힘들어 하는 젊은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꿈을 꾸게 해야 한다. 모두가 폭탄이라는 믿음을 갖고 발화 시점을 앞당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줘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다산 정약용 선생이 중시했던 오득천조(吾得天助)의 교훈은 유용한 실천적 해법이 될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말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다른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일에 몰두하며, 자신의 장점을 살려서 개성을 추구하도록 인도해야 한다. '즐기자는 생각만 했는데 금메달이 찾아왔다'던 박상영 선수의 말이 지금 우울한 청년세대에게 '행복의 묘약'이 되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