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시종 충북지사가 29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청주국제공항 MRO사업 불참통보'와 관련해 충북도의 입장을 밝히고 앞으로의 대응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이 지사는 "아시아나항공의 불참이 MRO사업 추진 실패는 아니다"라며 다각적인 방향으로 사업추진을 이어갈 것을 밝혔다./신동빈

충북도와 청주시는 '청주에어로폴리스지구 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100년 먹을거리'사업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해왔다. 특히 충북도는 장기적으로 충북경제를 한 단계 높여줄 성장엔진이 될 것이라며 사업추진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2년여 전 경쟁지역 이었던 경남 사천으로 옮긴데 이어 아시아나항공도 청주 항공정비(MRO)단지 조성사업을 포기했다.

충북도와 충북 경제자유구역청(경자구역청), 청주시와 함께 MRO 사업을 추진하기로 협약을 체결했던 작년 1월 이후 1년 7개월만이다.

결국 항공정비단지 조성사업은 오랫동안 행정력, 혈세, 시간만 낭비한 채 사실상 물거품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의외의 결과라고 볼 수 없다. 협약을 체결하고도 한참동안 팔짱을 끼고 있다가 뒤늦게 사업을 포기한 아시아나항공도 무책임하지만 KAI에 이어 아시아나항공까지 잡지 못한 충북도는 역량부족을 넘어 무능하다는 질타를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29일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26일 MRO 사업계획서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하지 않겠다고 통보해 왔다"며 "(향후)사업 범위를 MRO사업에 국한하지 않고 항공물류, 항공서비스, 항공부품제조업 등 항공 관련 산업 전반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향후계획이 이 지사의 뜻대로 추진될지는 불투명하다. 청주 에어로폴리스 개발사업 자체가 추진동력을 얻긴 힘들기 때문이다.

1지구(15만3천86㎡)와 2지구(32만627㎡)로 나뉘어 개발되고 있는 에어로폴리스는 작년 말까지 186억7천900만원이 투입됐고, 올해 279억2천100만원의 예산이 편성돼 집행되고 있다. MRO 사업 추진 이후 지금까지 투입된 사업비만 320억여원에 달한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대규모 투자에 대한 부담, 투자 대비 낮은 수익성, 사업장 분산에 따른 비효율성 등을 이유로 사업 포기 의사를 밝혔다. 에어로폴리스사업은 추진과정에서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사업을 추진하면서 경자구역청과 충북도의회간 불신의 골이 깊게 파였다. 경자구역청이 입주희망업체와의 협약서 체결, 국비확보방안에 대해 수차례 공수표를 남발했기 때문이다. 충북도의회가 청주공항을 '중부권 거점공항, 동북아시아 항공정비사업의 허브로 육성하기 위한 교두보'라는 점을 인식하고도 비협조적이었던 것은 사업추진 과정에서 충북도와 경자구역청을 신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 항공이 1년 이상 시간만 질질 끄는 동안 충북도와 경자구역청의 대처는 미온적이었다. 항공정비단지사업은 이 지사의 핵심공약이고 지역의 최대현안사업이지만 충북도는 이벤트행사인 세계무예마스터십대회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다음 지방선거를 의식한 행보라는 지적을 받았다.

충북도는 아시아나항공의 청주 항공정비단지 유치가 무산된 만큼 에어로폴리스지구 개발사업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충북도는 이번 사업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에어로폴리스지구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책을 제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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