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하게 보호받을 권리

성공회대학 조효제 교수가 '인권 오디세이'를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보고 싶던 영화가 있었다. 영화 <서프러제트>(원제 'suffraget', 영국)다. 영화는 1800년대 후반부터 1900년대까지 격렬하게 이어졌던 여성 참정권 획득 운동에 관련된 인물들과 그 실화를 소재로 하고 있다. 여성참정권이라는 중요한 권리가 불과 120년 전 여성들의 피나는 투쟁의 과정을 거쳐 실현되었다는 사실과 그 가치를 새삼 느끼게 해주는 영화인 것 같아 관심을 갖게 됐다.

영화가 시사하는 것처럼 옛사람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얻었으나 '지금 우리가 당연히 누리고 있는 많은 중요한 권리'를 제대로 누리고 행사하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혹은 '찾지 못하고 있는 권리는 무엇인지', '다른 누구의 당연한 권리를 억누르고 있지는 않은지' 하는 물음이 생겼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앓고 있는 '종북논란, 세월호사건, 한반도 사드배치 문제, 통일문제, 비정규직,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4대강 녹조현상' 등의 '사회문화, 정치경제, 군사안보, 환경문제' 등을 통해서도 우리가 놓치고 있는 먹먹한 권리가 보였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권리를 어떻게 바라보고 풀어가야 하는지 성공회대학 조효제 교수의 강의 '인권 오디세이'를 통해 알 수 있지 않을까 해 그의 강연장을 찾았다.

인권이란 인간(Human)과 권리(Rights)라는 단어의 합성이다. 권리(Rights)는 첫째 도덕적으로 옳고 정당하다는 뜻과 둘째 법이나 제도에 근거해 어떤 것을 요구할 권리라는 두 가지의 뜻을 함축하고 있으며 첫번째 도덕적으로 옳고 정당하다는 뜻이 더 Rights에 가깝다. 그리고 권리는 자유권, 참정권, 평등권, 안전권 등 여러 종류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복수형태(Rights)로 쓰인다고 한다.

인권의 특성을 살펴보면 첫째 보편성이다. 인권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며 모든 사람은 본질적 차원에서 평등한 존재라고 가정된다. 우리사회에서 인권의 보편성이 공정하게 실현되는가를 살펴보면 그렇지 못하다. 특히 미등록 외국인노동자의 인권이라는 측면에서 그 보편성은 공정하게 유지되지 못하고 있다. '미등록 =불법'이라는 약점을 이용 불평등한 임금을 지급하고 부당한 대우를 하는 나쁜 한국사장들에 대해 우리는 알고 있다. UN에서 '세계인권선언'이 만들어진 1948년 12월 이후 70여 년간 사회경제가 발전하고 2015년 OECD국가 중 우리나라 GDP 세계 11위, 1인당 소득 4만 달러라 할지라도 우리나라는 1948년 세계인권선언의 내용에 미치지 못하는 의식을 갖고 있으며 인권지수 만큼은 후진국이라 할만하다.

두 번째 특성은 이성과 양심이다. 볼테르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표현에서 "당신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자유를 위해서는 목숨을 바칠 수 있다"고 말했다니 참으로 멋진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세 번째는 인간의 본질적 욕구와 이익이다. 이것은 사회공동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가난은 나랏님도 주체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 생각은 옳지 않으며 가난은 어쩔 수 없는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가난 또는 복지는 역시 사회공동체,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네번째 특징은 차별금지이다. 법과 판결의 상징, 정의의 여신이 안대를 하고 천칭과 칼을 들고 있는 것은 사안의 정당성의 무게를 중립의 입장으로 단호하게 판결하겠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차별하지 않고 공정하게 대해주는 것이 곧 정의이며 인권이라는 안대, 즉 특수안경을 쓰면 앞에 있는 사람이 사람인 것만 보이고 그 사람의 특징은 알 수 없어야 정상이며 모든 사람을 차별없이 공정하게 대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구조도 사건조사도 제대로 못 받고 있는 세월호 아이들의 억울한 죽음과 남녀차별, 장애인차별,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행위가 '정의와 공정성', '인권'이라는 단어와 오버랩된다.

인권의 개념은 시민과 국가 사이의 관계에서 시작되었고 요구할 권리와 지킬 의무가 있는 것이다. 또한 인권은 최소한 이것만은 보장해주어야 할 최저기준으로 설정되며 사회가 발전하면 그 기준도 올라가야 하는 것이다. 인권이란 말을 많이 쓴다고 인권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인권선진국에서는 이제 인권은 '사회참여'라는 사상, 양식 언론, 출판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으로 발전하고 있다.

상영중인 우리 영화 '터널'에는 단 한사람의 생존자를 위해 애쓰다가 희생되는 구급대원들이 있다. 그들을 통해 생존자의 '안전하게 살아야 할 권리', '인권'을 위해 모두가 힘을 합쳐 행동해야 한다는 것과 사회 구성원의 인권을 지키고 보호할 책무를 수행하는 것이 바로 '국가'라는 메시지를 이 영화도 전해주는 것 같다. / 정진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풀꿈환경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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