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무게에 눌려 10년 가까이 교내 활동만

충주여고 연극동아리 '이루'의 단원들

2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충주여자고등학교(교장 홍순경) 연극반 '이루'는 한 때 도내 전문 연극인들로부터 인정받을 정도의 실력으로 수상실적도 화려했다.

그러나 '입시'라는 무게에 눌려 10여 년 가까이 활동이 축소돼 1년에 한 번 학교축제에서 공연하는 것으로 연극반 명맥을 이어왔다. 그러나 학생들의 연극에 대한 열정은 사그라들지 않았고, 마침 그 불씨를 되살렸다.

올해 새로 연극반 지도를 맡은 김혜영 교사와 '이루' 단원들은 의기투합해 학교 밖으로 연극 무대를 옮기기로 했고, 학교 밖 첫 무대는 지난 7월에 열린 제29회 충북청소년연극제였다.

1시간 정도의 긴 연극을 처음해보는 아이들은 두려움도 있었고, 초기에는 의견조율이 안 돼 어려움도 있었다.

그러나 단원들은 장진 원작의 '아름다운 死因'을 공연작품으로 선정하고 매일 밤늦게까지 연습했다. 동아리 전용연습실이 없어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피난민처럼 연습을 했다. 주말에는 무대장치를 위해 합판에 못질을 하고, 페인트도 칠하고 처음 해보는 일에 대한 설렘과 힘겨운 과정을 함께 겪었다.

김혜영 교사는 연극을 직접 본 경험이 없는 아이들을 데리고 청주까지 와서 단체관람을 했다. 연극관람의 효과는 컸다. 배우들의 감정 조절, 발음 그리고 조명, 음향 등 각자의 역할에 대해 직접 보고 배우는 계기가 됐다.

또 주변의 응원도 큰 힘이 됐다. 대입에서 수시 확대와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이 입시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 변화 덕분에 학부모들도 공부하는 시간을 줄여 연습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홍순경 교장의 적극적인 지원은 동아리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충주여고 연극동아리 '이루'의 단원들의 공연모습.

드디어 학교 밖 공연이 있었던 지난 7월 21일, '이루'는 충주 호암예술관에서 1시간짜리 연극 '아름다운 死因'을 무대에 올렸다. 결과는 충북 13개 팀이 참가한 제29회 충북청소년연극제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우수상에 충주여고가 불리는 순간 시상식장이 떠나가도록 함성을 질렀다. 대상이나 최우수상을 수상한 학교에서 보기에는 우스웠겠지만 학교 밖으로 나오기까지 용기가 필요했던 '이루'에게 그 기쁨은 등위로는 설명할 수가 없었다.

성과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루' 단원들의 꿈이 커졌다. 어떤 도전도 할 수 있겠다는 용기가 더욱 강하게 생겼다.

단원들은 충북청소년연극제 평가회에서 보람과 성취에 대한 소감을 쏟아냈다.

단원들의 힘으로 작품을 완성하고 큰 일 하나를 이루어냈다는 성취감을 맛봤다. 의견 충돌이 있었을 때 자주 모여 대화로 조율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많이 성장했다는 고백도 있었다. 또한 여성, 소외계층, 우리사회의 구조적인 문제 등등 연극 내용을 통해 세상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고, 사람들의 다양한 삶과 사회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시간도 됐다.

조승현(2년) 연극부장은 "작년에 연출로 연극반에 들어왔는데 선배 위주로 활동을 해서 제 역할이 크지 않았는데 올해는 1, 2학년이 모두 참여했고, 그 과정에서 선후배간의 관계도 개선돼 분위기가 좋았다"며 "연극반 선생님께서 다시 할 수 있다는 용기와 많은 도움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혜영 교사는 전문적으로 연극을 배우지는 않았지만 대학시절 학과 연극제에 참가해 직접 무대에도 서봤고, 좋은 연극을 찾아다니며 볼 정도로 연극에 대한 애정이 많다. 또 다른 학교에서 연극동아리 지도교사를 여러 번 맡았고, 동아리 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때는 사비도 아끼지 않는다.

김혜영 교사

국·공립학교의 경우 지도교사가 바뀌면 동아리 활동에 많은 변화가 있는데 김 교사는 이 문제에 대해 "학교 동아리활동은 학생 중심으로 운영돼야 하고, 지도교사가 자립심을 기를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고 기반을 만들어 주면 선배들이 졸업해도, 지도교사가 바뀌어도 아이들 스스로 꾸준하게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또 "연극뿐 아니라 모든 동아리 활동은 공동체, 협력, 갈등 해결 능력 등을 배워나가면서 바른 사람으로 커나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올해 자신감을 회복한 충주여고 연극반 '이루'의 2017년도 계획은 더 당차다.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발성연습부터 다시 시작해 2월에는 희곡을 준비하고 4월에는 충주 효 한마음축제, 7월에는 충북청소년연극제 참가 등 제대로 연극을 해보겠다는 각오다. 23년 전 선배들이 '꿈을 이루자'라는 소망을 담아 만든 동아리 '이루'. 그들의 열정적인 무대가 기대된다.〈끝〉 / 김금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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