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카메라로 포착한 우리 곁의 순간, 순간이 18년 동안 이어졌다.

1998년 5월6일 가정의 달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출발한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가 오는 9월1일 900회를 맞는다. 시청자의 제보를 기반으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신기한 일이나 특별한 사연의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고 드라마적으로 재구성한 프로그램이다.

지난 18년3개월 동안 받은 5만5000여 건의 제보 중 4230건이 방송으로 이어졌다.

올가미에 목이 뚫려 죽음에 처한 개 누렁이를 구조하는 과정을 다뤄 2000년 한국방송대상 우수작품상을 받은 '누렁이 구조작전', 영화로 만들어진 '맨발의 기봉이', 선풍기 아줌마를 화제의 중심에 올려놓은 '잃어버린 얼굴' 등 감동 뿐 아니라 사회적인 메시지까지 던지며 장수 프로그램 반열에 올랐다.

그 꾸준함의 중심에는 한 결 같이 자리를 지킨 진행자 임성훈과 박소현이 있다. 18년 동안 교체 없이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은 한국 방송 역사 상 최초의 일이다. 첫 방송 때 28살이던 박소현은 어느새 골드미스로 불린다. 30일 막 900회 녹화를 마치고 서울 목동 SBS에서 만난 두 사람은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소감을 말했다.

"정말 보람되고, 기쁩니다. 사실 남녀 MC 체제가 바뀌지 않는 건 정말 힘들어요. 보통 여자 MC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게 되면 빠지게 되거든요. 박소현씨가 시집을 가지 않아 준 덕에 이런 기록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100% 박소현씨의 공으로 돌리고 싶어요."(임성훈)

"굉장히 감동적입니다. 뭉클해요. 이것 때문에 시집을 안간 건 아니지만요. 보통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900회, 1000회까지 하겠다는 말을 덕담처럼 하잖아요. 그렇게 말로만 듣던 900회가 오늘이고, 이렇게 오래 사랑받은 프로그램의 진행자라는 게 행복합니다."(박소현)

18년 넘게 입을 맞춘 두 사람의 호흡은 찰떡이다. 오랜 기간 함께 할 수 있었던 공을 서로에게 돌리고 "단점이 정말 하나도 없다"며 칭찬하기에 급급한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찾는 녹화장은 "방송을 하면서 소진된 에너지를 채우는 곳"이자 "더 열심히 살고 착하게 살기 위한 결심을 다지는 곳"이다.

"난관을 극복하는 사람들의 삶을 지켜보면서 개인적으로 성격이 느긋해지기도 하고 긍정적인 사람이 됐습니다."(임성훈), "특히 어르신들의 삶을 보면서 얻는 게 많아요. 왜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도 알게 되고,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배움을 매주 얻었어요. 이게 20년이면 무시 못 할 변화가 생기는 것 같아요."(박소현)

1000회까지는 2년 정도 남았다. 임성훈은 박소현에게 "결혼하는 걸 조금만 더 미루면 안 되겠니"라는 말로, 박소현은 "제가 애는 못 낳아도 애를 낳는 마음으로 1000회 기록을 세워보고 싶다"는 말로 앞으로를 약속했다.

"자연스럽게 열심히 하다 보니 900회까지 온 것처럼 앞으로 2년 동안 열심히 해서 1000회까지 하게 됐으면 합니다. 그렇다고 숫자에 얽매여서 프로그램의 질을 떨어트리면서까지 하고 싶지는 않지만요. 개인적인 욕심은 있습니다."(임성훈)

"저한테 18년 만에 처음으로 욕심을 드러내셨어요. 저도 방송을 시작했으니 다른 건 못해도 1000회 기록은 꼭 세워보고 싶고, 그렇게 하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박소현)

두 사람의 약속을 받았으니 숙제는 제작진에게 있다. 비슷한 프로그램이 보편화된 방송 환경에서 더 좋은 소재와 극적인 구성을 찾아내는 게 관건이다. 허강일 담당 PD는 "기본에 충실한 게 정답인 것 같다"고 했다.

"프로그램도 생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18년 동안 자라면서 여러 변화를 겪고,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생각이지만 그래도 더 많이 뛰고, 더 많이 전화를 걸고, 찾아내는 기본 이상은 없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허강일PD)

842회 출연자 최연소 프로마술사, 808회 출연자 래퍼 할머니, 806회 출연자 제트스키 회전남, 778회 출연자 슬로우 모션 철봉남, 844회 출연자 종이비행기남, 837회 출연자 비보잉 폴댄스남 등 지난 출연자를 돌아보고 업그레이드 된 그들의 모습을 조명하는 900회 특집 방송은 다음달 1일 밤 8시55분부터 방송된다.

/뉴시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