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통시장활성화를 위해 청주시내 일부 전통시장에 설치된 고객지원센터가 시장상인들의 사무실 용도 등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 신동빈

충북도내 23곳의 전통시장에는 고객지원센터가 있다. 하지만 시장에 장보러온 주민들이 다양한 불편사항과 문의를 위해 시장내 고객지원센터를 방문한다면 헛걸음이 될 수 있다. 대부분 본래의 기능이 상실한 채 상인회 건물로만 사용되고 있거나 문을 잠궈 놓고 아예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충북도와 각 시·군이 시장 활성화를 위해 약 180억 원을 투입해 고객지원센터를 개설했지만 이처럼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됐다.

전통시장에 대한 퍼주기식 예산지원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혈세낭비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매사에 이런 식이니 지방자치단체의 전통시장 활성화 대책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본보 보도에 따르면 23곳의 전통시장 고객지원센터 중 20여 곳은 상인회 건물로 이용하고 있다.

특히 국비 4억5천600만원, 도비 7천600만원, 시비 2억2천800만원이 투입돼 지난해 건립된 청주 내덕자연시장 고객지원센터의 경우 1년 반째 문을 걸어놔 시장을 찾은 고객들이 민원을 접수하지 못하고 있다. 또 3억 6천만원이 투입된 청주 사창시장도 오전에만 상인회 직원이 사무실에 상주할 뿐 실질적으로 운영이 되지 않고 있다. 이밖에 전화번호가 잘못된 경우도 4곳이나 있었고 인터넷을 통해 고객지원센터의 대표 전화번호를 찾을 수 없는 곳도 7곳에 달했다. 민원이나 불편사항이 발생해도 유선상으로 문의 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그나마 전화를 받은 9곳의 전통시장 중 6곳도 '고객지원센터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더 황당한 것은 이에 대한 충북도의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1년에 2번씩 지역 전통시장을 방문해 고객지원센터 운영현황을 조사하고 있고, 대부분의 고객지원센터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통시장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으면 고객지원센터 운영상황을 제대로 체크해야 하지만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것이다. 복지부동한 행정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지자체에서 무관심하고 소홀히 해서 전통시장이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대형마트의 파상공세에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대책을 꾸준히 발표했고 예산도 천문학적으로 지원했다. 하지만 최근 10여년간 전통시장 매출은 오히려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 기간 전통시장에 3조5천억 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결과적으로 대형마트에 밀린 채 내리막길을 걸었다. 고객지원센터처럼 활용하지도 못할 시설에 예산을 퍼붓는다고 전통시장이 활기를 띠는 것은 아니다. 상담 직원을 고용할 예산이 없다고 고객지원센터를 방치할거라면 처음부터 만들지를 말았어야 했다.

전통시장을 살리려면 시장 구성원들이 위기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자체의 예산지원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식으로 시장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의지를 가진 전통시장을 선별해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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