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30분 시작 오후엔 집안일 … "좋은 직장"

유용(유용농장 대표)씨가 청주 원평뜰 시설하우스 단지에서 이모씨 등 생산적일자리 사업 참여자들과 오이 선별 작업을 하고 있다.

이모씨(여·62·청주시 서원구 분평동)는 요즘 오전 5시께 집을 나서 1㎞ 가량 떨어진 원평뜰(원마루) 시설하우스단지에서 오이를 따는 일로 하루일과를 시작한다. 보통 오전 5시30분부터 일을 시작하는 이씨는 11시 무렵이면 일찌감치 손을 털고 퇴근한다. 지난달 18일부터 하루 6시간씩 일하는 생산적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이씨는 점심식사 후 오후에는 집안 일이며, 손주를 돌보기도 한다.

지난 7월초 청주시 흥덕구 분평동주민센터에 증명서를 떼러 방문했던 이씨는 충북도가 시행하는 '생산적 일자리 사업' 설명을 듣고 구직 등록을 했던 게 인연이 됐다.

아파트 근처에 아들 부부가 살아 틈틈이 집안 일과 손주를 돌봐야 하고, 주말에는 쉬겠다는 조건도 제시했으나, 마침 농장주가 흔쾌히 받아 들여 가능했다. 이씨는 하루 4만원을 벌면 용돈도 쓰고, 손자 학원비도 보탤 수 있다는 생각에 농장주만 좋다면 일을 계속하고 싶어 한다. 품삯 50%인 2만원은 충북도와 청주시 지원하고, 나머지는 농장주가 부담한다.

이씨는 "처음에는 7시부터 했지만, 일찍 시작해 빨리 끝낸다"며 "농장주도 그날그날 소화할 작업량을 미리 배정해 줘 서로 편하다"고 말했다.

유용(유용농장 대표)씨는 생산적일자리 구직자를 매일 2~3명씩 고용한다. 오이와 방울토마토, 채소 등 5천평에 달하는 농사를 짓는 그는 안정적으로 일손을 구할 수 있고, 참여자들도 만족감을 보여 이 사업에 높은 점수를 줬다.

유씨는 "술한잔 한 다음날 늦기라도 하면 아주머니들이 먼저 출근해 그날그날 몫을 알아서 한다"며 "사시사철 인력이 필요한 하우스 농가에는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유씨는 "과거 공공근로사업에 참여했던 30대 주부는 30분 일하고, 1시간 쉬었던 습관이 몸에 배 며칠 못하고 그만두기도 했다"며 "이번 사업은 (충북도와 청주시가)잘한 것 같다"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김모씨(여·60·청주시 서원구 분평동)는 매일 새벽 생산적일자리사업에 참여하는 일행들과 상당구 가덕면 상대리 파밭으로 향한다. 김씨는 하루종일 파를 뽑고 손질하는 일을 한다. 6시간이 정해진 시간이지만, 초과한 시간은 농장주가 별도로 일당을 계산해 지불한다.

김씨는 "인근 아파트에 사는 아주머니 8명과 한조가 돼 토요일을 빼곤 매일 일을 한다"며 "무더위에 힘들었지만, 여럿이 함께하는 식사와 대화가 즐거워 시간이 금새 간다"고 말했다.

이경순(여·55·진천군 덕산면 산수리)씨의 방울토마토 하우스에는 요즘 60~70대 할머니 6명이 출근한다. 비닐하우스 25동(5천평)에 토마토와 수박을 농사를 짓는 이씨는 일손 구하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고 한다. 마침 생산적일자리사업이 시작돼 처음에는 3명을 고용하다 6명으로 늘렸다.

이씨는 "월천리 등 인근 마을에서 모셔와 아침을 거른 분들은 식사도 제공한다"며 "4만원을 부담하고, 지원받은 2만원을 보태 일당을 지급한다. 다만 15일마다 정산을 하기 때문에 노인분들이 어색해 하는 눈치"라고 말했다.

생산적일자리 사업이 정규직 채용 기회가 되기도 한다.

김태권 약초생활건강 영농조합법인 대표(제천시 왕암동)는 공공근로 작업자로 소개받은 김모(35)씨를 정규직으로 채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김 대표는 "5~6명이 전부인 소규모 사업장은 공고를 내거나, 주변에 부탁을 해도 꺼리고, 설사 채용을 해도 업무능력이 빠지는 경우가 않다"며 "운 좋게 현장일도 하면서 컴퓨터도 잘하는 사람과 인연이 돼 정식직원을 채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추가로 소개받은 사람도 매장관리, 회계 프로그램 운영 능력이 있는 것 같아 능력이 있다면 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한인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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