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SBS 주말드라마 '그래 그런거야' / 출처 SBS 홈페이지

'우리시대의 걸출한 이야기꾼', '히트극 제조기' 이라는 찬사를 듣는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가 얼마 전 중도 하차 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대가족의 희노애락(喜怒哀樂)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 SBS 주말드라마 '그래 그런거야'가 리우올림픽 특집방송을 전후해 방영횟수를 다 못채우고 종영됐다. 평균 시청률 10%내외로 동시간대 1위였는데도 불구하고 일찍 막을 내린 배경은 광고주의 외면을 받았기 때문이다.

높은 제작비에 비해 광고가 별로 붙지 않아 80억 원의 적자를 냈다는 것이 화제를 모았다. 광고주들이 선호하는 2040세대의 시청층을 사로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비판에 눈길을 끈 것은 핵가족이 트랜드가 된 우리나라에서 대가족이 등장하는 것은 '판타지'라는 지적이다. 하긴 1인가구가 대세인 시대에 4대가 한집에 사는 드라마가 핵가족 세대의 공감을 받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불과 몇년전만해도 싱글족은 주변의 불편한 시선을 감내해야 했으나 이젠 당당할 만큼 흔해졌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율이 1990년(9.0%)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하면서 가장 보편적인 가구 유형으로 떠올랐다. 일본(32.7%)보다는 낮지만 미국(28%), 영국(28.5%)과 비숫하다.

미혼과 이혼, 만혼, 주말부부, 별거, 독거노인, 경제적 독립등 여러 가지 사회경제적 요인들로 전통적인 '가족주의'는 물론 핵가족마저 해체되고 있다. 싱글족의 부상을 트렌드에 밝은 방송사가 놓칠 리 없다. 최근 몇 년 새 싱글족은 TV프로그램의 주역으로 등장했다.

3년전 파일럿프로그램 '남자가 혼자 살 때'가 의외의 반응을 얻자 공중파와 케이블방송이 경쟁적으로 싱글족을 타깃으로 삼은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tvN의 1인 가구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 SBS '룸메이트', MBC의 리얼다큐 '나 혼자 산다'가 잇따라 선보였으며 최근엔 tvN 미니리시즈 '혼술남녀'가 방영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이 부상하는 것은 광고주를 섭외하는데 용이하기 때문이다. 1인가구의 소비성향을 주목하고 있는 식품, 유통, 패션·의류 업체의 프로그램 선호도도 높다고 한다.

독신자가 월등히 많은 일본은 1인 가구를 소재로 한 TV프로그램도 훨씬 빨리 나왔다. 지난 2012년 시작해 지난 7월 시즌2까지 들어간 TV도쿄의 '고독한 미식가'는 우리나라 방송가에도 영향을 주었다. 유사한 포맷으로 지난해 역시 TV도쿄의 '먹기만 할래'도 시청률이 높았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먹방'에서 탈피해 싱글족의 일상을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방송이 싱글족의 밝은 면만 보여주기엔 1인구 증가세가 너무 가파르다. 독신 상황은 주로 30대 청년층과 70대 고령층에서 발생한다. 청년기에 진학과 취업을 계기로 부모로부터 독립한다. 이후 결혼과 출산으로 2인 이상 가구를 형성하지만 자녀가 자립하고 배우자와 사별하면 다시 혼자로 돌아간다. 싱글족 증가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보다 홀로 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수현 작가는 매 작품마다 사연이 많은 대가족을 등장시켜 시종 따뜻한 시선으로 가족과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그의 드라마가 시청자가 아닌 광고주로 부터 외면 받는 현실이 안타깝다. /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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