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기자단- 엘리사벳]

지난 겨울에 찾아갔던 내수 저곡리가 계속 아른거렸다. 정미소를 개조해서 만든 카페는 열었는지 궁금했고, 인적이 느껴질 때마다 짖어대는 개들의 울음소리가 그립기도 했다. 무엇보다 인위적이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그곳의 모습을 느끼고 싶었다.

겨울에 갔을 때처럼 보온병에 커피를 담아 마을로 갔다. 사람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부터 사람이 보이면 우선 셔터부터 누르고 본다. 아주머니를 따라 조금 더 모퉁이를 돌았어야 하는데… 생각지 못했다. 돌 틈 사이에 핀 한 송이의 '맨드라미'. 괜히 외로워 보인다는 생각에 잠시 시선을 빼앗긴다.

한 아주머니는 카메라 든 우리를 보고 궁금해서 나오셨다. 아주머니와 한참 얘기를 나누었나 보다. 우리는 왜 여기로 사진을 찍으러 왔는지 얘길 해드렸고, 아주머니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으신다. 들어주는 우리가 반가우신가 보다. 유모차를 가만 보면 돌덩이가 하나 실려 있다. 허리가 안 좋으셔서 가벼운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것보다 묵직한 유모차를 끄는 게 낫다고 하신다. "어머, 봉숭아물 들이셨네요"라고 아는 척을 해드리니 좋아하신다. 연세에 비해 손도 고우시다고 하니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으신다. 말벗이 늘 그리운 노인들이다. 다음에 또 뵙겠다고 하고 다시 골목을 걷는다.

올 여름 유독 더워서일까? 아직까지 가을이 오는 게 실감이 나질 않는데, 저곡리에 오니 비로소 가을 속으로 들어갔음을 알 수 있었다. 밤송이가 제법 떨어져있어 몇 개 까서 먹었다. 담벼락에 오토바이에 쓰였던 거울이 꽂혀있다. 소품처럼 그 모습이 예뻤다. 그 거울 속을 들여다보는 내 모습도 담아본다. 여기저기 피어있는 '참취꽃' 하얀 별같이 이쁘다. '부추꽃'. 이게 뭔지 아냐고 같이 간 분이 물으신다. '고욤' 하니까 놀라신다.

아마도 시골에서 자라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고욤, 감처럼 익으면 따서 설탕에 재워서 놓았다가 찐득해지면 먹었던 기억이 있다. 별맛도 없는데… 먹을 게 많지 않았던 시절에 언니들과 옹기종기 앉아서 얘기 나누며 먹었던 기억이 희미하다.

겨울에는 '휑' 했던 곳에 화려한 꽃이 많이 피어있다. 천일홍, 맨드라미, 사루비아 등. 지게 보고 반가워서 급히 가다가 접질렸다. 덕분에 새로 산 신발, 처음 신었는데 흠집이 났다. 힝.

겨울에도 이렇게 내 모습을 담았었지. 활기가 넘치는 요즘의 내 모습이 좋다. 그래서 더 가까이, 자신 있게.

문을 아직도 열지 않고 있는, 아니, 이젠 문을 닫은 정미소 카페는 아쉽지만 같은 곳을 다른 계절에 가보는 즐거움이 좋다.

http://blog.naver.com/iyelizabeth/22081144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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