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짓 존스의 베이비'(감독 샤론 머과이어)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완벽하지 않지만 사랑스러운 여자와 이 여자를 사랑하는 서로 다른 성격의 두 남자 이야기, 이게 바로 이 로맨틱 코미디 시리즈의 전통적인 설정이다.

12년 만에 찾아온 세 번째 작품 또한 마찬가지다.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에서 브리짓 존스(러네이 젤위거)는 온갖 실수와 자학 속에서도 사랑받고, 문제의 두 남자는 여전히 투닥거린다. 그리고 진정한 사랑을 찾아 헤맸던 남녀는 결국 이뤄진다.

흥미로운 건 2001년 '브리짓 존스의 일기'가 나온 이후, 이와 같은 설정이 온갖 영화에서 수없이 반복됐음에도 이 시리즈가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야기와 캐릭터가 같고, 유머 스타일도 다르지 않다.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도 그렇다. '브리짓 존스'가 특별한 변화 없이 다시 한 번 만들어질 수 있는 건, 어쩌면 우리가 변하지 않았고 여전히 이 이야기를 사랑하기 때문이며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40대 브리짓 존스는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삶을 산다. 다이어트에 성공했고 전문직 여성으로 직장에서 인정받는다. 그는 자칭 타칭 '골드 미스'다. 단 남자친구는 또 없다. 다아시(콜린 퍼스)와는 진작에 헤어졌고, 연애는 맘대로 되지 않는다. 43번째 생일을 망친 존스는 기분을 풀기 위해 간 페스티벌에서 처음 보는 남자 잭(패트릭 뎀프시)과 잠을 자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연히 만난 다아시와 다시 잠자리를 갖는다. 그리고 별안간 들이닥친 임신 소식. 이 아이의 아빠는 누구일까.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를 뛰어난 영화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캐릭터가 중요한 이 작품에서 새롭게 들어온 인물이 밋밋하게 그려지는 건 재미를 반감하는 요인이다. 캐릭터 붕괴가 만든 틈을 채우기 위해 나이든 여자와 싱글맘, LGBT에 대한 차별적 시선을 비판하는 에피소드를 집어넣었지만, 이런 태도가 올바르긴 해도 작위적이어서 효과적이지 않다. 또 몇몇 장면은 과장이 심해 생뚱맞게 보이기도 한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본분을 다함으로써 브리짓 존스의 일기 속으로 관객을 다시금 끌어들인다. 그 본분이라는 건 어렵지만 아주 간단하다. '로맨틱하면서 코믹하게 만들라.' 요컨대 이 작품은 뛰어나지는 않아도 즐겁다.

평범한 여자가 누가봐도 멋진 두 남자의 사랑을 받는다는 설정은 이 장르의 공식이다. 한 명은 이지적이고 냉철한 변호사이자 다시 찾아온 첫사랑이고, 다른 한 명은 부드럽고 자상하고 유머러스한 억만장자이자 하룻밤의 추억을 공유하는 남자다. 이들은 모두 존스를 사랑하고 존스도 두 사람을 모두 좋아한다. 이는 모든 여성 관객이 꿈꾸는 신데렐라 로맨스다.

이 시리즈 특유의 유머는 너무 뻔해서 질릴 수 있는 서사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머과이어 감독은 아빠가 누군지 모르는 아이를 가졌다는 설정에서 뽑아낼 수 있는 코미디를 모두 끄집어내는 듯하다. 또 무리하지 않는 유머로 무장한 존스의 주변 인물들은 하나같이 유쾌하고 기분 좋은 사람들이다. 무엇보다 젤위거의 연기가 극의 분위기를 제대로 살린다. 이 장르 최고의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 '브리짓 존스'는 젤위거의 자연스러우면서도 능청스러운 연기가 아니었다면 탄생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새삼 들게 한다.

이 '로맨틱과 코미디'는 공감이라는 토대 위에서 하나의 장르로 결합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는 나이는 먹어가는데 여전히 사랑이 어려운 현실의 브리짓 존스들에게 숨쉴 공간을 마련해주기에 관객의 지지를 받을 여지가 충분하다. 물론 영화이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법한 판타지도 있지만, 그 판타지 또한 판타지로서 역할을 다한다.

관객과 함께 나이들어 가는 캐릭터를 만나는 건 흔치 않은 경험이다. '제이슨 본'이 첩보액션에서 했던 역할을 '브리짓 존스'가 로맨틱코미디에서 하고 있다고 하면 적당할까. '브리짓 존스의 일기' 팬을 위한 각종 서비스가 영화 내에 준비돼 있다. 사진으로만 등장하는 휴 그랜트가 아쉽지만 큰 웃음을 선사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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