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 강남구 K스포츠재단 모습. /뉴시스.

최근 들어 국민들의 불안지수(不安指數)가 높아졌다. 북한의 5차 핵실험과 잇따라 발생하는 경주 지진,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으로 높아진 경기침체 우려 등 3중(重)의 위기에 국민들의 마음은 편치 못하다. 이 와중에 여야 정치권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의혹'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야권과 일부 언론은 대기업이 미르재단에 기부금을 내는 과정에서 청와대 고위 인사가 개입한 게 아니냐는 내용의 '강제모금 의혹'을 제기하는 한편, 고(故) 최태민 목사의 딸인 최순실 씨가 K스포츠재단 인사에 개입하고 청와대에서 '비선 실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혹으로 청와대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22일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들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폭로성 발언'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야당과 언론이 제기하는 두 재단 관련 의혹들을 가리키는 발언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청와대는 관련 의혹에 대해 근거 없는 정치공세라고 보고 "언급할 만한 일고의 가치가 없다"며 의도적으로 무시해왔다. 이런 점에서 박 대통령의 언급은 매우 이례적이다.

청와대의 무대응에도 불구하고 의혹이 수그러들기는 커 녕 '권력형 비리'라는 타이틀로 의혹이 확대 재생산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국민들의 단결과 정치권의 합심으로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가지 않으면 복합적인 현재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현실인식을 보여주는 대목이긴 하지만 우리 사회 일각에선 엄연히 다른 시각도 있다. 복합적인 위기를 국민통합으로 돌파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비리의혹'을 해소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한류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미르재단'과 스포츠를 매개로 창조경제에 기여하겠다는 'K스포츠재단'은 국내 대기업들로부터 무려 900억이나 되는 재단 출연금을 받아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전례 없이 이틀 만에 재단 설립을 허가해줬다. 국내굴지의 재벌기업들이 앞 다퉈 수십억 원의 출연금을 낸 것도 그렇지만 재단법인 설립과정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에겐 의문투성이로 비쳐질 수 있다. 과거 전두환 정권 때 기업에 돈을 끌어 모아 설립한 '일해재단'이 권력형 비리 스캔들로 비화된 것을 연상시킨다.

이번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의혹은 단순한 비방이나 폭로성 발언으로 폄하하기엔 재단설립과 출연금 모금 과정에서 회의록 위조등 석연치 않은 점이 드러났다. 이 때문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양 재단의 설립취소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재단설립취소로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을 덮을 일은 아니다. 정부는 문화체육부가 재단 창립총회 회의록을 받은 뒤 신청 하루 만에 설립허가를 내준 과정과 대기업으로 부터 거액의 출연금을 받은 배경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는지 여부를 반드시 밝혀야 한다. 그래야 야당과 일부 언론의 주장이 정권의 도덕성을 의도적으로 훼손하기 위한 '부당한 비방과 폭로'인지 여부도 가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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