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처는 '차량 밖으로 탈출해라', 기상청은 '차안에서 기다려라'

지진 대피훈련하는 어린이들. /중부매일DB

[중부매일 황다희 기자] 최근 경주에서 발생한 5.8 강진 이후 400여 차례가 넘는 여진이 이어지면서 지진 대피요령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각 기관이 제시한 지진 매뉴얼 중 일부 내용이 달라 혼선을 빚고 있다.

특히 장소별 대피방법에서 '위치한 장소에 그대로 머물러라', '대형건물 안으로 대피하라' 등 상이한 안내를 하고 있어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국민안전처가 제시한 '지진 국민행동요령 매뉴얼'에 따르면 '진동이 진행되고 있을 때에는 질서를 유지하면서 위치한 장소에 그대로 머무릅시다'라고 명시돼 있다. 다음 단락에서도 '거리에서 심한 진동이 오면 자세를 낮추고 진동이 멈출 때까지 잠시 그 자리에 머물러 있도록 하고…'라고 기재돼 있다.

그러나 다음 문장에서는 '번화가에서는 건물과 떨어진 넓은 장소로 대피하거나 대형건물 안으로 대피합시다'라며 반대되는 대피법이 제시돼 있다. 대피요령을 애매모호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표현에 사람마다 해석이 분분하다.

청주에 사는 시민 A(32)씨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가만히 있으라는 건지, 밖으로 나가라는 건지 헷갈린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B(53·여)씨는 "대피요령이 너무 긴데다 설명이 너무 어렵다"며 "정확한 대처법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지진 대피요령의 혼란은 장소별 대피법에서도 나타난다.

기상청의 '지진·화산 대피요령'에는 '차 안에 있을 때 차를 도로변에 정차시키고 차 안에서 기다리는 것이 안전하다'고 제시했다.

반면 안전처는 '차량 밖으로 탈출하라'고 안내한다. 이동 중인 차량은 가능한 빨리 건물, 나무, 고가도로 전선아래, 주변의 정지된 차 등을 피해 멈추고 도로나 교량의 피해정도를 살피며 침착하게 차량 밖으로 탈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기상청 관계자는 "대피 매뉴얼이 다른지 몰랐다"며 "오래 전부터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던 자료라 정확한 출처를 확인해보겠다"고 해명했다. / 황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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