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 범죄 트렌드 어떻게 달라졌나 ... 존속살해 늘어 영국의 '5배'나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살인사건. 범행수법은 더 잔인해지고, 특히 최근 '묻지마 범죄'가 늘면서 국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 디지털미디어부

[중부매일 김미정·이규영 기자]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살인사건. 범행수법은 더 잔인해지고, 특히 최근 '묻지마 범죄'가 늘면서 국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충북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이에 중부매일은 최근 20년간의 뉴스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살인범죄 트렌드를 알아보고자 한다. 지방신문 최초 뉴스빅데이터 분석 기획물이다.

이를 위해 1997년 7월부터 2016년 8월까지 20년간의 충북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다룬 중부매일 기사 1천569건을 분석했다. / 편집자

◆살인사건 감소 … 보도는 증가

전국에서 하루 평균 3건, 한해 1천400여건에 육박하던 살인사건은 2012년을 기점으로 1천건 아래로 떨어졌다.

충북지역도 감소추세다.

충북지방경찰청이 집계한 최근 10년간 살인사건 발생 현황을 보면 2007년 73건에서 2008년 47건, 2009년 54건, 2010년 48건, 2011년 46건, 2012년 39건, 2013년 34건, 2014년 33건, 2015년 34건, 2016년 8월 현재 23건 등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CCTV, 차량 블랙박스 등 영상장치가 발달한데다가 수사기법이 전문화돼 검거율이 높아지면서 살인범죄 발생 자체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살인사건은 매년 감소추세이지만, 언론보도는 반대로 증가추세다. 이는 가장 강력범죄인 살인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20년간 중부매일 보도 건수를 보면 1997년 46건에서 98년 54건, 2002년 64건 등을 보이다가 2008년 들어 100건을 넘어섰다. 2008년에 106건, 2010년 162건, 2012년 123건, 2016년 8월 현재 83건 등 살인사건 기사가 크게 늘었다.

◆ 조직폭력원 연루에서 금전문제, 불륜간 살인으로 '변화'

살인범죄 트랜드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조직폭력원이 연루된 살인이 많았고, 2000년 전후에는 금전관계에 의한 살인이 늘었고, 지금은 불륜이나 원한 등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살인이 증가했다.

충북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20년치 기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90년대 중·후반에는 '조직폭력배', '폭력배', '화성파', '청주 폭력조직 행동대원', 'P폭력조직 행동대원', '사주 가능성' 등의 키워드가 비중있게 등장했다. 조직폭력원에 의한 청부살인이나 조직폭력원간 칼부림사건 등이 적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1997년 조직폭력원에 의해 청부살해된 이재만 청주시의원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후 1990년 후반에서 2000년으로 넘어가면서는 '사채업자', '카드빚', '생활고', '채무자', '신용카드', '캐피탈직원', '사납금', '임대료문제' 등의 키워드가 눈에 띄게 등장했다. 당시 IMF를 겪으면서 경제적 문제나 금전관계로 인한 살인이 빈번하게 발생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IMF 직후인 1998년 1~9월 충북에서는 살인 26건, 강도 151건, 강간 184건, 절도 3천259건, 폭력 3천885건 등 7천505건의 5대 강력범죄가 발생하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는 '내연관계', '내연녀', '불륜관계', '동거녀', '동거남', '다른 남자', '성폭행', '만취' 등의 키워드가 자주 등장하기 시작해 현재까지도 꾸준히 기사에 오르내리고 있다. 경제적 형편이 나아지고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면서 부적절한 관계, 동거 등이 만연하면서 범죄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0년치 기사의 연관 키워드 분석결과(가중치 반영), '김씨'(117.41), '성폭행'(81.45), '말다툼'(70.89), '내연녀'(55.46), '암매장'(46.48), '사체유기'(27.69), 등의 순으로 비중있게 언급됐다. 살인범행 당시 성폭행이나 암매장, 사체유기 등의 범행이 동시에 이뤄진 것으로 보여진다.

◆ 한국만의 특징 '존속살해'

가족간의 살인사건은 꾸준히 등장했다. 특히 존속살해는 명절을 전후해 증가한 점, 정신질환과 연관이 있는 점, 최근에는 부모의 재산이나 유산, 보험을 노린 범죄가 늘고 있는 점이 특징으로 분석됐다.

특히 존속·비속 살해 기사에서는 '패륜아', '패륜범죄', '인면수심', '충격' 등의 단어가 따라붙었다.

가족간의 살해는 한국만의 독특한 특징으로 꼽힌다. 전체 살인사건의 5%를 차지하는데 이는 미국의 2.5배, 영국의 5배에 달하는 수치다. 실제로 충북에서도 최근 10년간 총 32건의 존속살해가 발생했다.

이같은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의 독특한 가정 문화를 꼽고 있다. 부모와 자식간 양육기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의존정도나 기대하는 정도가 크기 때문에 이 관계가 뒤틀릴 경우 원망의 대상이 되고 가정내 불화가 돼 '돌이킬 수 없는 결말'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김영식 교수는 "유교사회에서 서구사회로 급격하게 옮겨가면서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도 달라졌고 이 과정에서 충돌할 경우 '살인'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면서 "존속살해, 비속살해는 당분간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모, 조부모, 외조부모를 살해하는 것이 '존속살해'라면, 최근에는 자식을 살해하는 '비속살해'도 눈에 띄게 늘었다. 친모가 4살배기 딸을 상습 학대하다가 사망하자 계부와 암매장해 5년만에 계부가 붙잡힌 사건이 올해 3월 기사화됐다.

충청대 경찰행정과 김용희 교수는 "비속살해는 부모 중 한 명이 친부모가 아닌 경우가 많고, 계획적 범죄에, 피해자인 자녀는 10살 이하의 저연령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식이 자기 기대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경우 학대를 일삼다가 분노해 '돌이킬 수 없는'일을 저지르게 된다"면서 "피의자들은 대부분 유년기 학대경험이 있거나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살인범죄 1번지' 어디?

충북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보도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지역은 '청주'였다. 전체 기사의 66.3%에 달했다. 실제로 충북 살인사건의 절반이 '청주시'에서 발생한 경찰통계자료 결과와도 맞아떨어진다.

이어 충주시 7.9%, 제천시와 괴산군이 각 5.6%, 진천군 4.6%, 음성군 4.0%, 옥천군 3.9% 등의 순으로 언급됐다. 살인사건은 농촌보다 도시에서 많이 발생했는데 이는 도시가 인구가 더 많고 사회가 복잡하면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김영식 교수는 "농촌은 공동체가 강하다 보니 대부분 우발적 범죄이고 살인발생율도 적다"면서 "반면, 도시는 면식범이 아닌 살인이 많고, 강도·살인, 강간·살인처럼 더 끔찍한 범죄가 많다"고 분석했다.

◆ 법원형량 얼마나 받았나?

지난 20년치 살인사건의 대부분은 징역 10년~무기징역의 형량을 받았다. 2010년 연쇄 부녀자 성폭행 살인범 안남기가 1심에서 사형을 받았다가 최종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2008년 부모를 불태워 죽이고 부인과 딸도 살해한 40대에게도 사형이 선고됐다가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1997년 이재만 청주시의원 청부살해범 5명은 1심 전원 무기징역에서 최종 징역 12~20년으로 형이 확정됐다.

◆ 범행도구 1위는?

범행도구 분석에서는 흉기 45%, 폭력 42.6%로 주 범행 도구로 쓰였다. 특히 폭력은 10년 전에 비해 2배 가량 늘었다. 이어 둔기 6.2%, 망치 2.4%, 목조르기 2.4%, 총기 1.4%, 독극물, 망치 등의 순을 보였다.
/ 김미정·이규영

☞ 뉴스 빅데이터 분석이란

신문기사 데이터베이스인 '카인즈(Kinds)'에 빅데이터 분석기술을 접목해 만든 뉴스 분석 솔루션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지난 4월, 1990년 이후 축적된 기사 3천만 건을 분석할 수 있는 뉴스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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