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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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일본을 쫓아간다. 일본처럼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1인가구의 비중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농촌에 빈집이 늘고 '고독사'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노인문제는 일본처럼 한국도 국가·사회적인 과제다. 양국이 틀린것은 노인들의 주머니사정이다.

한국의 소비주도층은 50세 전후의 주부다. 반면 일본 소비의 주역은 노년층이다. 일본 노년층은 부자다. 버블 시기에 많은 돈을 벌었고, 이후 일본인 특유의 알뜰한 저축으로 부를 축적했다. 1500조 엔에 달하는 개인금융자산의 80%는 50세 이상이 보유하고 있다. 2011년 기준 일본의 60세 이상 시니어 인구는 404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32%였다. 반면에 연간 소비지출은 처음으로 100조 엔을 돌파해 개인 소비지출 전체의 44%를 점유했다.

일본 퇴직자들의 연금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평균 한 달에 30만 엔 안팍이라고 한다. 일본 노인들의 부는 연금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저축 잘하기로 유명한 일본인 특성답게 오랜 기간 부를 축적해와 기본적으로 재산이 많다. 2009년 통계이기는 하지만 노년층의 평균 저축액은 2305만 엔으로 전체 가구 평균의 약 1.4배다. 이들은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는데도 인색하다. 자식이 결혼을 한다고 부모가 집을 사주는 일도 거의 없다. 일본 노인들이 소비를 주도하게 된것은 상대적으로 가난한 청장년층 때문이기도 하다.

반면 한국은 어떤가.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는 우리나라 노인들의 열악한 현실을 보여주었다. 노인인구가 유소년 인구에 육박할 정도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65세 이상 고령층 절반은 노후 준비를 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노후 준비 능력이 없다'는 응답률은 43.2%에서 56.3%로 증가했다. 가계부채 상환, 자녀 뒷바라지 등으로 노후 준비를 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팍팍한 살림살이 때문에 고령층 60% 이상은 앞으로 더 일하고 싶어했다.

그렇다고 일본 노인들에 비해 연금도 변변치못하다.고령자 중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41만9천명으로 1년 전보다 4만404명 증가했다. 월평균 수령액은 51만원이다. 남성은 69만원, 여성은 32만원으로 일본노인들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노인을 우피족(Woopie : Well-off older people)이라고 한다. 반면 생활형편이 어려운 노인은 푸피족(Poopie : Poorly-off older people)이라고 부른다. 일본에도 생활난을 겪는 노인들이 많겠지만 평균적으로 따지면 일본은 우피족, 한국은 푸피족이 훨씬 더 많다. 2014년 현재 우리나라 푸피족은 200만 가구로, 전체 고령층(371만가구)의 54.0%에 달하는 반면, 우피족은 6.2%인 23만 가구에 불과하다. 노후에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비극이다. 정부가 나서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공적연금을 강화한다고 해도 가난을 나라가 책임지는데는 한계가 있다. 우피족이 되려면 부모가 부담을 짊어지는 결혼문화가 바꿔져야 하고 노후준비는 미리 준비하는 것이 관건일 것이다. /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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