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

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

국내 전자정보통신 분야 전문 일간지는 4차 산업혁명을 테마로 한 창간 34주년 특집호에서 '전대미문 行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을 달았다.

올해 개봉되어 첫 천만관객을 돌파한 좀비 영화 '부산행'을 패러디한 느낌이라서 으스스하지만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미래 예측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음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올 1월 초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 공식 선언된 이후 전 세계는 시시각각으로 놀라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3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에서 목격한 인간 패배는 인공지능 시대를 알리는 서막에 불과했다. 얼마 뒤 한국의 조혜연 9단은 일본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 '젠'과의 2점 접바둑에서 패했다.

5월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북부 사막에서 초고속 열차 '하이퍼루프 원(Hyperloop One)'의 첫 공개 시험주행이 실시됐다. 테스트용으로 구축한 1㎞ 구간에서 열차는 약 1.1초 만에 시속 186㎞에 도달했다. 하이퍼루프의 최고 시속 1280㎞로 운행할 경우 서울에서 부산까지 16분이면 주파한다.

폭염에 시달렸던 올 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군 것은 증강현실(AR) 기술을 장착한 '포켓몬 고(GO)' 게임이었다. 하계휴가 장소로 유명한 속초가 스마트폰 게임 때문에 인산인해를 이룬 것은 유래가 없는 일이었다.

승용차 한 대 생산에 소요되는 IT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자동차와 IT업계 사이에는 협업과 경쟁의 애증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미국 포드, 독일 벤츠가 테슬라모터스와 구글이 위치한 실리콘밸리에 연구센터를 설립하자 종국에는 주도권을 쥔 IT업체가 기존 자동차 업체에게 OEM방식으로 조립을 위탁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술혁명, 산업혁명, 고용혁명은 이미 시작됐다. 4차 산업혁명은 속도, 범위, 영향력 등에서 3차 산업혁명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간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속도로 진화하고 있으며 파괴적 혁신에 의해 전 산업이 대대적으로 재편 중이다. 이로써 생산, 관리, 지배구조 등을 포함한 전체 시스템 변화가 불가피하다.

지역산업정책도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기술성장 한계와 공급 과잉에서 촉발된 현 상황에서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지역산업정책에 대해 그 속도와 방향은 맞는지, 이를 위한 시스템과 수단은 유효한지 그리고 이를 선도할 컨트롤타워는 있는지를 점검해봐야 한다.

지역산업 경쟁력의 조건으로는 요소단위에서 산업생태계 경쟁으로의 전환, 가격과 기술경쟁력이 합해진 복합 경쟁체제 부상, 기술경계(Technology Frontier) 극복을 위한 제도·문화 혁신 등이 거론된다. 정책 목표로 내수 기반의 지역 내 선순환 구축, 지역경제 회복력에 대한 기여 증대, 지역맞춤형 스마트 특성화 전략 추진 등을 들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경쟁이 극심한 예측 불허 상황 하에서 플랫폼과 생태계를 주도할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 대표산업군의 선택과 집중 그리고 융·복합산업(태양광·ESS, ICT·스포츠, IoT·의료 등) 육성, 본투글로벌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시스템 마련, 집단지성과 사회적 자산의 활용도 제고, 신조류의 기술변화를 간파할 수 있는 디지털 비즈니스 리더와 아이디어 혁신이 가능한 인재 양성 등을 과제로 꼽는다.

산업 간·기술 간 경계는 무너졌고 과거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에서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이동했다. 현실은 기존 특정 산업·기업이 아니라 아무나 더 잘하는 데가 만들면 되는 시장원리가 지배한다. 저성장·저소비의 경제 위기를 개방과 협력, 지식과 기술의 융·복합 활성화로 돌파해야 한다.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신산업에는 아직 시장을 압도하는 표준기술이 없다. 글로벌 기업을 쫓기보다 차별화가 관건이다. 지역 내 기업(대-대, 대-중 대-스타트업) 간 결합과 융합에서 길을 찾을 수 있다. 이것이 생존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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