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황다희 사회부

황다희 사회부

최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단식을 두고 말들이 많다. 여야로 나뉜 이분법적 공방과 더불어 SNS상에는 7일 단식을 '일주일 다이어트'에 빗대며 조롱하기 바쁘다. 이 대표의 단식 사태와 관련, 기자가 겪은 일화 하나를 공개하고자 한다.

얼마전 업무 용도로 개설한 SNS를 둘러보던 필자는 '단식 투쟁 이정현 열사'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한 장의 사진을 보곤 깜짝 놀랐다. 그 속엔 이 대표의 영정사진과 빈소가 차려져 있었다. 누가봐도 이건 "단식을 하던 이 대표가 숨졌다"는 내용을 사진 한 장에 담은 것이 분명했다. 기자는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곧바로 포털에 '이정현' 세 글자를 검색했다. 그러나 관련 기사는 모두 "이 대표가 단식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내용일 뿐 염려하던 일은 없었다. 기자도 속아 버린 '이정현 열사의 죽음'은 실제 사망기사보다 몇 배나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기자를 포함한 얼마나 많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이 게시물을 봤을까. 사실과 다른, 풍자라고 하기엔 인간적 도리를 넘어선 이 글을 하나의 뉴스나 사실로 받아들이진 않았을까. 걱정과 함께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 대표의 단식은 끝났고 그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 있다. 누군가는 '정치적 쇼'였다고도 말하며, 또다른 누군가는 '나름 성공적'이었다고도 평한다.

우리는 국민 개개인으로서 다양한 의견을 표출할 자유가 있고 필자 또한 그것을 존중한다. 해당 게시물이 이 대표를 비난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고의성이 아니기를, 내심 '오보'이기를 바라기도 했다.

결국 해당 게시물은 '오보'가 아니라 누군가 의도적으로 유포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람의 생명을 놓고 이런식으로 장난치는 것은 천박한 짓이다. 죽어야 할 것은 이 대표가 아니다. 멀쩡한 사람을 한 순간에 고인으로 만들어 버린 비도덕적 무차별 비판의 행위, 그것이 바로 이 땅에서 죽어야 할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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