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승열 청주청원경찰서 보안계장

신승열 청주청원경찰서 보안계장

2016년 10월 현재 국내에 정착한 탈북민 수가 2만9천여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2017년에는 3만명을 족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충북에도 1천명이 훨씬 넘는 탈북자들이 정착해 있는데 이들로부터 전해 듣는 북한주민들의 실상은 충격적이다. 지난 1996년부터 약 5년 동안 북한사회는 심각한 식량난을 겪었고, 이때 굶어죽은 주민의 수는 통계청 기준 33만 여명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인구 75명당 1명 꼴로 비극을 겪었으니 살아남은 주민들이 겪었을 육체적·정신적 고통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이미 1996년부터 북한정권은 주민들의 의식주를 해결해 줄 능력을 잃어버렸고 현재까지 거의 배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 북한 근로자가 월급이라고 받는 돈이 우리나라 화폐가치로 월 4천~5천원 가량인데 이는 북한에서 흰쌀 1㎏ 정도, 송어 300g, 꽁치 1마리 정도를 살 수 있는 돈에 불과하다고 하니 '한 달 일해서 겨우 한 두 끼 정도 해결'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먹고 살기 위해 법을 위반하는 일이 허다 한데 채취를 금지한 약초 등을 몰래 캐서 중국 상인에게 판매하는 비교적 경미한 불법부터 멈추어선 공장에서 고철을 몰래 떼 내어 중국으로 팔아넘기는가 하면 심지어 마약 밀매에 까지 손을 댄다고 한다. 최근 탈북한 김모씨에 따르면 요즘은 북한에서 보안원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돈으로 70만~80만원만 있으면 가능하다고 하며, 13년간이나 복무해야 하는 군대마저 뇌물로 면제 받는 이들도 많아졌다고 한다.

현재 북한 주민들의 삶의 끈을 이어주는 역할은 장마당이 하는데, 생필품 보급이 되지 않으니 주민들이 살아가기 위한 터전을 스스로 마련한 것이다. 장마당에서 쌀을 사기 위해 장롱을 부숴 땔감으로 팔기도 하고, 가축을 내다팔기도 하는데 심지어는 자기 집 화장실에서 돼지를 키우는 가구들도 꽤 있다고 한다.

주민들이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지만 북한은 핵무기 개발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 있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집착할까. 북한 출신 엘리트들의 진술에 의하면 핵무기 개발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는 '한반도에서 미군을 철수시키고 김정은이 주체가 되는 통일국가를 만들기 위해서' 라는 것이다. 그들은 핵보유국들만 대상으로 '핵무기 감축 4자 협상'을 추진하고자 하는데 그러면 자유진영에는 비핵국가인 우리나라와 일본을 빼고 미국만 남게 된다. 그런 상태에서 북한은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으려 한다는 것이다. 평화협정을 맺으면 한반도에서 전쟁이 종식될 것 같지만 '이제 한반도에서 전쟁이 완전히 끝났으므로 미국은 더 이상 주둔할 이유가 없다'는 북한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미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의 위험한 발언을 지지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미군철수 요구는 실현될 가능성이 많아진다. 그때 북한은 핵으로 남한사회를 위협해 분열시키고 '고려연방제 통일'을 이루려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그들의 가장 큰 노림수는 100%에 가까운 투표율과 득표율이다. 민족통일기구를 구성할 의원들이나 통일 대통령 선거에서 북한 정권은 적은 인구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투표율과 지지율로 북한 후보자들을 더 많이 당선시켜 결국 한반도에 공산정권을 수립하겠다는 야욕인 것이다.

이처럼 북한의 핵무기 개발 이면에는 우리의 자유를 서서히 옥죄는 노림수가 들어 있다. 이런 현실을 직시한다면 '안보의식을 강화하자'라는 구호가 국민을 호도하는 상투적인 거짓 주장이 아니고, 북한의 의도를 똑바로 인식하고 우리의 소중한 자유를 지켜나가자는 절박한 외침임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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