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강관우 더프레미어 대표이사.前 SBS CNBC 앵커

강관우 더프레미어 대표이사.前 SBS CNBC 앵커

글로벌 제약사와의 신약개발 임상이 중지되면서 한미약품 주가가 최근 폭락했다. 다른 제약·바이오주까지 끌어내리고 있는 한미약품 사태. 오송 바이오·생명공학 클러스터의 미래와도 무관치 않다. 제약·바이오주가 투기적인 경향을 보인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자기 몸집보다 몇 배로 가격이 오르는 것이 예사니 더 그랬다. 미국 바이오 주가도 높았으니, 우리나라만의 이슈도 아니었다. 세상이 노령화 돼가면서 '부르는 것이 값'이었다.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은 목표주가 산정에 있어 앞날을 걱정하지 않았다. 임상시험의 실패가능성은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그런데 실제 주가는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한 목표주가의 절반 가까이까지 떨어졌다. 애널리스트 말만 믿고 주식을 샀던 투자자들은 '망연자실 그 이상'이다.

우리의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도 최근 3개월 동안 한미약품 지분을 2.7% 줄였다고는 하나, 여전히 7%나 되는 지분을 들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이 줄소송에 나설 수도 있으니 두고 봐야겠지만, 어쨌든 이번 일로 '우리의 국민연금'도 피곤해지고 경제적인 손해를 본 셈이다.

제약·바이오주에 뭉칫돈이 몰린 것은 이유가 있었다. 전세계적인 저금리 기조하에 노령화 추세로 미래 성장성이 뛰어날 수 있어 시장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거기에다가 작년 10월 한미약품의 성공적인 기술수출 소식은 제약·바이오주의 강세에 기름을 부었다. 수익률 경쟁을 해야 하는 펀드매니저들은 가격을 불문(不問)하고 주식을 사들일 수 밖에 없었다. 이번 한미약품 사태가 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이번에 계약이 해지된 한미약품의 폐암치료제는 신약개발의 임상시험 성공 및 시판허가 때까지 총 7억3천만달러(원화 약 8천억원)를 받기로 돼있었다. 또한, 글로벌 제약사 로슈(Roche)의 자회사인 '제넨텍(Genentech)'과 임상1상 중인 경구용 표적항암제인 HM95573도 전체 계약금액이 9억1천만 달러(원화 약 1조원)에 달한다.

이렇듯 신약개발에 필요한 핵심기술 가격이 1조원을 넘나드니, 시장의 기대는 부풀대로 부풀었다. 신약개발의 성공 가능성은 낮은 것이 상식이지만, 시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제약·바이오 투자에 사운을 걸었던 어떤 자산운용사는 한 때 시장의 부러운 대상이기도 했다.

사실 신약개발이 중도에 엎어진 경우는 많았다. 동화약품의 골다공증 치료제나 일양약품의 소화성 궤양 치료제도 기술수출을 했다가 중도에 계약이 해지된 사례고, 종근당 역시 기술수출 했던 고도비만 치료제로 임상시험을 하던 중 사망자가 발생해 개발을 중단한 바 있다. 시가총액이 커진 것까지는 시대의 대세라고들 떠들었으니 그렇다고 치자. 자신의 몸집에 비해 서너 배 이상 주가는 올랐지만, 한미약품의 대응 수준은 수준 이하였다. 덩치만 컸던 한미약품이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늑장공시'가 바로 그랬다. 한미약품은 9시 개장후 30분이나 늦게 공시를 했다. 아침 7시부터도 공시가 가능했는데 말이다. 전날 대규모 기술수출이라는 호재에 개장부터 달려들었던 투자자들은 '대규모 악재' 내용의 늑장공시에 혼비백산 했을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7의 리콜을 깔끔히 처리했던 것과는 확실한 대조를 보였다.

계약해지 공시가 있기 하루 전 SNS상에서 먼저 소문이 퍼졌다는 제보를 접수한 금융위가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공정공시 차원의 조사다. 지금은 자율공시로 돼있는 기술이전 공시를 의무공시로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단다. 시장 투명성을 위해 설득력 있는 조치가 앞으로도 중요하다.

이번 한미약품의 사태는 조만간 증시에 상장예정인 바이오 기업들뿐만이 아니라, 미래를 꿈꾸는 신생 바이오 기업들에게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 별 성과를 내지 못하는 '무늬만 제약·바이오'인 회사들에까지 엄청난 자금이 쏠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악화가 양화를 구축(驅逐)'하게 방치해서는 안될 것이다. 오히려 이번 사태를 시장 시스템을 개선·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주가반등이 오면 위안은 되겠지만, 여전히 밸류에이션의 부담에서는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버블(Bubble)은 붕괴하기 마련이다. 투기의 역사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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