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수나무] 울산 반구대 암각화

6천 년 전의 그들은 그림으로 말한다. 오늘날 우리들은 그들의 그림을 읽는다. 더듬더듬.

울산 반구대 암각화 앞에서 생생하게 전해지는 신석기시대 그 사람들의 그림 언어를 보았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는 이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반구대 암각화를 찾아가는 길에 박물관에 들렀다. 가는 길은 순하다. 내를 따라 난 길가 바위에선 공룡발자욱도 볼 수 있다. 대나무 숲길도 지나고 버드나무가 다북다북 자란 냇가도 지나면서 6천 년 전의 사람들이 '이곳에서 어떻게 살았으며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생각으로 살았을까' 사뭇 궁금했다. 들어서는 길엔 때늦은 목백일홍꽃이 소담하게 피어 반겨준다. 냇가로 내려가 공룡발자욱도 보고 긴 시간을 두고 거쳐갔을 이곳의 환경도 상상해본다.

해가 좋은 날 오후 3~4시 가장 선명한 그림을 볼 수 있다고 그곳 해설사께서 알려주신다. 가까이 가서 보면 더 선명한 그림을 볼 수 있지만 내를 건너서 바라다 보아야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현미경을 설치해서 보게 했지만 그닥 시원치 않다.

울산 태화강 지류중 한 곳, 대곡천변 절벽 바위의 아래면 판판한 부분에 암각화가 새겨져 있다. 그 윗쪽으로 튀어나온 바위가 처마의 역할을 한다. 암각화가 긴 세월 비바람으로부터 잘 보전되었다. 암각화는 이곳 주변 10여 곳에서 300점 정도가 발견 되었다고 한다. 암각화 속에는 사람과 바다, 육지동물, 사냥과 어로장면 등이 있다. 특히 고래의 종류가 많은데 북방긴수염고래, 흑종고래, 참고래, 귀신고래, 향유고래가 있고 그 외에도 새, 물고기, 사슴, 노루, 고라니, 호랑이, 산양, 표범, 돼지, 너구리 등 육지동물도 있다.

그리고 배와 함께 고래를 사냥하는 장면, 활을 들고 사슴을 사냥하는 모습 등이 그려져 있어 선사시대의 생활상을 보여 주기도 한다. 이 암각화들은 장생포고래공원에 그대로 새겨 있다. 잡아온 고래를 세분하는 법을 그림으로 그려 후대에게 알리고, 또 주술도 이곳에서 행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고래를 잡고 제사 먼저 드렸는지는 모르겠다. 사람 그림이 탈모양인 것으로 보아서 아마도 이런 동물들과 물고기의 풍요를 기원했는지도 모르겠다. 가는 길에 있는 공룡발자욱. 반구대 가는 길에 있는 반고서원. 반고서원 앞의 냇물. 고려시대 충신 포은 정몽주를 기념하는 비가 이 곳에 있다. 1천년 전 유적과 6천년 전 유적들. 글씨가 없던 시대와 한자글이 있던 천 년 전 그들의 역사. 그리고 오늘날은 한글이 있어 글로 주고 받는 시대다. 앞으로 어떤 역사를 후세에게 남기게 될까? 울산 반구대 암각화 앞에서 잠시 더듬어 보는 우리와 옛사람들의 자취는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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