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미호천(美湖川)은 대표적인 모래하천으로 꼽힌다. 충북 음성군 삼성면 마이산(해발 472m)에서 발원해 총길이 89.2㎞에 달하는 하천은 금강에 합류한 후 서해로 유입된다. 진천의 백곡천과 증평 보광천, 청주 무심천과 세종시의 천수천, 조천까지 유역면적은 1천860㎢에 달한다.

하천이 흐르는 음성과 진천과 증평, 청주, 세종지역은 구릉지역이 많아 유속이 빠르지 않다. 평균경사가 19.7% 정도의 완만한 지역이다. 찰흙과 모래가 적절히 혼합돼 양분 흡수가 잘되는 사양질 토양이 대부분 이다. 산지와 구릉을 거친 토양이 하천으로 유입돼 두터운 모래층을 형성했다.

오경섭 한국교원대 명예교수(자연지리학)는 "흔히 마사토층이라고도 부르는 사질풍화토층은 많은량의 물을 저장할 수 있다"며 "엄청난 양의 수분이 저장돼 느린 속도로 복류(伏流)하고 있어 모래층 겉은 건조해 보여도 속은 물먹은 스폰지와 같다"고 특징을 설명한다.

하천 유역 진천군 문백면 평산리 평사마을에서 은탄리 갈궁저리 마을에 이르는 평사절경(平沙絶景)은 구릉과 하천이 빚은 대표적 명소이다. 평사십리(平沙十里)라고 할 정도로 긴 모래밭을 이룬 곳이다. 하천을 따라 진천과 증평, 청주에 평야라고 부를만큼 넓은 분지를 만들었다.

완만한 하천과 잘고 깨끗한 모래는 천연기념물 제454호 미호종개의 서식환경을 만들었다. 잉어목 미꾸리과로 분류되는 민물고기는 1984년 미호천 본류 청주시 오창읍 팔결교 인근에서 처음 발견됐다. 이후 진천군 백곡면 하류 진천군 진천읍 삼덕리와 중석리, 초평면 용정리, 청주 북이면 석화리에서도 발견은 됐다. 그러나 발견된 미호종개 개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조사에 나선 서원대 연구팀이 확인한 결과로 보면 80년대 중반에는 이 일대에서 120개체 정도가 발견됐다. 그러나 90년대 초반에는 20여 개체로 줄었고, 2000년대 이후에는 일부수역으로 국한돼 인공사육을 통한 방류사업이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미호종개 치어 인공증식 사업이 녹록지 않은 모양이다.

마침 13일 미호천 유역관리체계 구축과 공동체 발전을 위한 '미호천 포럼'이 발족됐다. 미호종개는 미호천의 상징의 하나로 꼽힌다. 다양한 어종과 현안 가운데 멸종위기 희귀 어종 미호종개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물론 무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미호종개 부활은 어종을 보전하는 의미도 있지만, 생태환경 복원의 다른 말이다. 미호종개가 살 수 있다면 각시붕어, 칼납자루, 꺽지, 치리, 눈동자개, 다묵장어 등 명칭조차 생소해진 한국의 토종 어류는 말할 것도 없이 되살아 날 것이다. 젖줄 역할을 했던 미호천과 같은 하천을 장악한 세력은 늘 권력과 부(富)를 거머 쥘 수 있었다. 과거 농경사회가 그랬다면 이제는 환경적 가치 구현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세상이 됐다. / 한인섭 부국장 겸 정치행정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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