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강관우 더프레미어 대표이사, 前 SBS CNBC 앵커

강관우 더프레미어 대표이사

건설경기가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다. 과거 '쌍팔년도'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1~2분기 동안 우리 경제에서 일어난 일이다. 저금리 기조에 정부의 부동산 대출완화 정책까지 곁들여지면서 강남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최근까지도 아파트 가격 강세가 이어져 왔다. 지방의 아파트 분양시장은 수요가 공급을 못 따라가면서 약세기조로 접어든지 오랜데도 말이다.

아직도 강세 기조가 여전한 강남의 아파트 시장에는 실제수요와 함께 투기수요도 상당히 섞여있다.

시장이 그런 거지만, 실수요자만으로 시장이 흘러가지 않았다. 투기수요도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한 몫을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재산목록 1호'가 집인 경우가 많았으니, 실질적인 수요와 더불어 투기성도 강했다.

저금리 기조가 이렇듯 상당기간 지속된 적도 없었고, 매매가격은 물론 전세가격까지 이렇게 천정부지로 오른 적은 없었다. 그 시발점은 2014년 시작한 LTV·DTI 완화 등 부동산 대출완화 정책이었다. 군불을 지폈던 부동산 시장에 불이 붙어버리는 상황까지 번질 기미가 있자, 이제 정부는 거꾸로 부동산 관련 대출을 조이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타이밍이 묘하다. 한국은행이 10월 수정 전망한 GDP성장률이 불과 2.7%인데, 건설투자 성장률은 10.5%나 된다. 최근 1년동안 경제성장률에서 건설투자가 차지한 비중이 40.1%나 되니, OECD 평균인 10.5%와는 현격한 차이다.

최근 2분기 경제성장 기여도 통계를 보면, 수출과 내수소비의 빈자리를 건설투자가 차지해 버렸다. 2분기 건설투자 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10.8%를 기록하며 14년만에 처음으로 10%대를 탈환했다. 그나마 건설투자의 경제성장 기여도를 제외하면, 지난 2분기 국내 경제성장률은 1.6%에 불과하다. 그만큼 성장의 질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7 생산중단 사태와 현대자동차의 파업, 그리고 '김영란 법' 시행에 따른 내수소비 위축 등을 고려한다면, 4분기 건설투자의 비중은 더 늘어날 태세다. 4분기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진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 아이러니(Irony)하게도 건설투자의 기여도는 더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인데도 가계부채의 총량(總量) 관리를 위해 정부가 부동산 대출 규제에 나섰다. 통계가 나올 때마다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 치우며 1천300조원에 육박하고 있는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제서야 커질 대로 커진 가계부채에 대한 위험관리에 나선 것이다.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로 한국은행의 금통위는 4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1.25%로 동결해 오고 있다. 미국의 연준이 FED금리를 한 차례 0.25% 포인트를 올릴 상황이 임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여건상 기준금리를 미국을 따라 올리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한편, 풍선효과로 대출수요는 제1금융권에서 제2금융권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이다. 당연히 금리가 비싸져, 가계의 이자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도 오르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증시에서 은행 주가는 최근 상승세다.

조선·해운 등 구경제의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한국. 경제 컨트롤 타워의 부재. 2017년말 대선을 앞둔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삼성전자·현대자동차와 관련한 노이즈(Noise)까지 겹쳐 우리 경제는 때아닌 '보릿고개'를 넘겨야 할 지도 모르겠다. 2017년 세계적인 경기회복이 있지 않고서야, 자생적으로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 돼 버렸다.

대선을 1년여 앞두고 있어 부동산 시장 규제의 강도는 다소 느슨할 수 있지만, 실질수요 면에서나 투기수요 면에서 공히 부동산 분양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봐야 한다. 그저 과거 일본이 겪었던 부동산 시장 침체 사이클의 시작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부동산 시장을 죄자니 은행권의 부실화 이슈와 상충되고, 풀어놓자니 가계부채와 건설부문이 비대해 질 우려가 있는 상황. 경제성장률 제고를 두고 한은 총재와 경제부총리간에 재정정책이냐 금리정책이냐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동안, 부동산 시장은 진퇴양난의 상황으로 빠져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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