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소상공인] 2. 청주 '그래동 베이커리' 김찬동 사장

대기업 프랜차이즈와의 경쟁을 이겨내고 동네 빵집을 성공신화를 쓰고 있는 '그래동' 베이커리 김찬동 대표가 갓 구워낸 빵을 들어 보이며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김 대표는 우리밀, 무방부제, 무첨가제 등 '건강한' 빵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 / 김용수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대기업 프랜차이즈를 위협하는 동네빵집이 있다. 우리밀, 유기농밀, 무방부제, 자연효모 등 '건강한 빵'이 무기다.

청주시 사직동 푸르지오 아파트단지 사거리에는 파리바게트, 뚜레쥬르, 그리고 동네빵집 '그래동 베이커리'가 마주보며 있었다. 지난해 3월 '그래동'이 오픈한 뒤 이듬해 2월 바로 옆에 입점해 있던 '뚜레쥬르'가 문을 닫았고, 맞은편의 '파리바게트'도 이례없는 할인행사에 리모델링까지 해가며 고객경쟁을 벌이고 있다.

"좋은 재료로 만든 빵은 먹어보면 딱 알거든요. 아토피 자녀를 둔 엄마들이 많이 찾아오세요. 저희 빵을 먹으면 트러블이 없다고 하시면서…."

24년간 '건강한 빵'을 구워온 '그래동 베이커리' 김찬동(46) 사장의 철학은 믿을 수 있는 '가치있는 빵'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그래동'은 국산밀, 유기농 밀, 무방부제, 무첨가제, 자연효모, 자연치즈, 유기농 설탕, 천연버터를 쓰고 있다. 우유와 계란도 매일 공급받아 사용한다. 이렇게 좋은 재료만을 100% 쓰는 곳은 전국에서도 손에 꼽힌다.

 

'그래동' 베이커리 김찬동 대표가 오븐에서 갓 구워낸 빵을 꺼내고 있다. 김 대표는 쉐프 5명과 함께 매일 100판 정도의 빵을 굽는다. / 김용수

"사실, 가격차이가 3배나 나요. 제가 일해서 인건비를 줄이는 쪽으로 재료비를 충당하고 있습니다. 빵을 더 오래 팔기 위해, 더 부드럽게 하기 위해 방부제와 첨가제를 많이 넣는데 몸에는 해롭죠."

김 사장은 5명의 쉐프와 함께 매일 100판 정도의 빵을 굽는다. 새벽 6시30분에 출근해서 오후 5시까지 이어진다.

"저희는 즉석 제조이고 매일 빵을 굽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없어요. 하루 지난 빵은 팔지 않습니다."

김 사장의 퇴근은 가게 문을 닫는 밤 11시 이후다. 1년 365일 휴일없는 삶을 살고 있다.

 "쉬어본 적이 없어요. 애경사는 물론이고, 장인어른 제사를 가본 적이 없고, 장모님 생신날에도 함께 해본 적이 없어요. 휴일없는 삶이라 가족들한테 늘 미안하죠."

 

매일 매일 굽는 '그래동 베이커리'의 빵. 하루가 지난 빵은 팔지 않는다. / 김용수

이렇게 치열하게 일해왔지만 대기업 프랜차이즈와의 경쟁은 녹록지 않았다.

"가장 무서운 게 제휴카드 할인이에요. 맛으로 승부한다면 자신있는데 포장마케팅이나 인테리어는 개인이 대기업을 따라갈 수가 없거든요."

그러면서 지역의 대표 제과점이 없는 것을 아쉬워했다.

"대형마트나 중소형 마트 안에 있는 빵집 말고는 청주에 빵집이 30개도 안돼요. 대전의 성심당, 군산 이성당(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된 빵집), 전주 풍년제과, 광주 궁전제과 같은 지역을 대표하는 빵집을 운영하는 게 제 꿈이에요. 시대가 지나도 그 맛을 잊을 수 없어 줄서서 빵을 사먹는 '역사와 전통이 있는 빵집'을 만들고 싶어요."

1990년 스물살, 대학에 낙방한뒤 우연히 빵굽는 걸 접하고 한눈에 반해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단다. 서울, 성남 등에서 일을 배우다가 IMF때 청주로 내려와 동네 제과점, 옛 청주백화점, 용암동 물류센터, 유기농빵 전문회사 등을 돌며 쉐프로 일했다. 2005년 자신의 이름을 담은 '그래동' 탑동점을 오픈했다. '그래동'은 김찬동 사장의 이름(찬성하고 동의하다)을 따 "그래 동감이야"라는 긍정의 뜻을 담고 있다. 다음달에는 사창동에 3호점을 오픈한다.

24년간 빵을 구워온 그에게 '그래동'은 어떤 의미일까.

'그래동' 베이커리 김찬동 대표가 우리밀, 유기농 밀, 무방부제 등을 고집하며 '건강한' 빵을 굽고 있다. /김용수

"'그래동'은 제 인생의 종착역이에요. 저는 더 물러설 곳이 없어요. 아파트 팔고 대출 받아서 이 가게를 얻었거든요. 지금도 월세에 살지만 대형 프랜차이즈들하고 싸워서 이기고 싶어요. 안주하면 동네 뒷골목에서 인생이 끝날 것 같아서 제대로 해보고 싶어요."

'그래동'의 성공비결로 김 대표는 좋은 재료, 재투자, 성실함, 같은 목표를 가진 직원들을 꼽았다. 소상공인들에게도 한마디 했다.

"절대 희망을 놓으면 안됩니다. 아쉬움이 남지 않게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죠. 그러면 길이 보이겠죠."

한가지 더 당부했다. 거대한 프랜차이즈와 경쟁해야 하는 지역의 소상공인들에게도 관심과 사랑을 가져달라고.

대기업 프랜차이즈와의 경쟁을 이겨내고 동네 빵집을 성공신화를 쓰고 있는 '그래동' 베이커리 김찬동 대표가 갓 구워낸 빵을 들어 보이며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김 대표는 우리밀, 무방부제, 무첨가제 등 '건강한' 빵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 / 김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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