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법질서가 바로 서야 한다. 맞는 말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얼키고설켜 살고 있는 우리 사회가 유지되고 발전해 갈 수 있는 것은 바로 법을 준수하는 사람들이 어기는 자들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지금 보다 더 좋은 사회로 발전해 가려면 법을 가볍게 여기고 거스르는 자들이 줄어들게 하면 자연스럽게 그리 된다.

지난 21일이 제 71회 경찰의 날이었다. 경찰의 생일인데도 그들은 축하 케이크를 자를 수가 없었다. 총기 청정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사제총기를 들고 총격을 가하는 광기 어린 자의 총질에 경찰이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으니 그들이 즐거워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이 기념식에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GDP(국내총생산) 규모 세계 11위를 자랑하는 나라지만 법질서 순위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국 중 하위권인 27위에 머물러있다'고 했다. 일상 속에서 법질서 경시풍조를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런 것 같다. 하지만 법질서 준수의 솔선수범이 지도층으로부터 보여지는 나라가 법질서 순위의 상위권에 있는 나라들이 아닌가. 권력을 쥐고 행사하는 지도층이 정의롭지 못한데 그 사회의 정의와 법이 살아 숨 쉴 수 있겠는가.

반부패 운동 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부패인식지수는 나아지기는커녕 제자리걸음을 하는 꼴이다. 살기 좋은 나라로 알고있는 북유럽의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이 메달을 휩쓸었고 소위 선진국이라 일컬어지는 나라들이 그 뒤를 이었다. 그들 나라는 지도층이 무소불위로 권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국민이 동의하는 권력을 강력하게 행사할 뿐이다.

우리의 지도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법질서 확립과 부정부패 척결을 외친다. 선거 때의 단골 메뉴에 반드시 들어있고 경찰의 날이나 법의 날과 같은 기념일에는 특히 이를 강조한다. 그러나 진정 법질서가 바로 서길 원한다면 지도층이 대오각성하여 질서확립을 실천하고 법을 철저히 준수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국회와 정당에 대한 신뢰도가 대기업이나 노조의 신뢰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면 이는 심각한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 게 아닌가. 또 정부의 신뢰는 OECD 평균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니 참으로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달 말부터 '청탁금지법'이 시행되고 있다. 참으로 말도 많다.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자는 법이다. 제대로 지켜져야 한다. 일부 골프장 회원권 가격이 올해 초보다 3분의 1로 떨어졌다고 하니 그간 골프 접대가 횡행했음을 방증하는 것 아니겠는가. 하기야 일본도 2000년에 '국가공무원윤리법'이 시행되고 나서 골프장 회원권 가격이 90% 이상 하락했다고 하니 회원권을 대량으로 갖고 접대했던 기업들은 눈여겨 살펴볼 일이다.

청탁금지법의 시행령에서 정하고 있는 음식물 3만원, 경조사비 10만원, 선물 5만원의 가액범위가 사회 풍조를 바꿔 놓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어떤 이는 우리 사회의 정이 메말라 붙게 한다고도 하지만 그래도 이 법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살피고 살펴야 한다. 수천억 원의 방산비리와 수조 원 단위의 부정을 저지르는 이들에게 이 법이 무슨 걸림돌이 될까 하는 생각이지만 서민들만이라도 이를 지켜서 대한민국을 좀 더 투명한 사회로 만들어 가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한탄이 끊이질 않고 들리는 것을 보면 그래도 우리나라에 희망이 있음을 느낀다. 박 대통령 지지율이 콘크리트 지지율이라던 30%이하로 떨어진 걸 보면 국민은 대통령이 잘못한다고 여긴다는 뜻이다. 영남에서조차 30%를 조금 상회한다면 청와대는 작금의 상황을 냉철히 돌아봐야 한다. 지도자의 공정하고 정상적인 판단이 이 사회의 불공정과 비정상을 공정하고 정상적인 세상으로 되돌리는 가장 빠른 길이기에 중요한 것이다. 그래도 대한민국이 법질서 순위에서 상위권에 속하는 국가가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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