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옛 연초제조창 / 사진 중부매일 DB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 안덕벌 입구에 있는 옛 연초제조창 일부 건물이 철거될 전망이다. 청주시가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비즈니스 호텔, 복합 문화레저시설 등 도시 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졸속추진이 우려되고 있다.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유서 깊은 건물을 관련부서 공무원들의 기획안에 따라 간단히 철거시킨다면 문화적인 전통과 근대사의 기념물이 제대로 보존될 수 없을 것이다.

해방직후인 1946년 문을 열어 한때 국내 최대의 담배제조공장으로 명성을 날리기도 했던 청주연초제조창은 1990년대까지 우리나라 담배산업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담배공장이 공해산업이 되면서 2004년부터 버려졌던 담배공장을 청주시가 2010년 KT&G로부터 350억 원에 사들인 뒤 2년마다 열리는 청주공예비엔날레 전시관과 청주공예페어 행사장으로 탈바꿈시키면서 지역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용도 폐기된 도심의 공장이나 옛 건축물을 문화예술의 산실로 바꾼 것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청주시는 예전에도 민간투자와 지방비를 매칭해 멀티플렉스·판매시설·야외 공연장 등 복합문화레저시설, 예술가 창작공간인 아트밸리 조성(동부창고), 비즈니스센터 건립, 도시형 임대주택 혹은 비즈니스호텔등을 건립키로 하는 방안으로 국토해양부로 부터 도시경제기반형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외에서도 도시재생 성공사례는 많다. 서울시립미술관은 1928년에 세운 옛 벨기에 영사관 건물이며 인천아트플랫품은 일제시대 건축물을 창작스튜디오, 공연장등으로 재생했다. 무기공장을 예술특구로 변신시킨 중국 베이징의 따산즈 798과 일본의 요코하마 뱅크아트1929, 삿포로 맥주공장을 재활용한 삿포로팩토리가 있다.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 120년 역사의 낡은 방직공장을 100여개의 창작공간으로 조성한 독일 라이프치히의 슈피너라이, 철도역을 개조한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미술관 등도 널리 알려졌다. 한결 같이 세계적인 명소로 부상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업추진 과정에서 시민과 전문가의 여론수렴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일부 시의원과 시민·문화단체등이 옛 연초제조창 건물의 보존을 요구하는 것으로 철거로 인한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충북 민예총은 "옛 연초제조창은 단순한 담배공장 건물이 아니라 우리나라 현대 산업사회의 일면을 보여주는 역사적 공간이며, 예술인들이 상상력을 펼칠 창작의 산실"이라고 밝혔다. 맞는 말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함부로 철거해서는 안된다. 청주시는 시 상징마크 변경과정에서도 일방통행식 행정으로 갈등과 분열, 혼란을 가중시켰다. KTX 오송역사 명칭을 정할때도 마찬가지다.

청주시의회도 문제다. 시의회 행정문화위원회가 70년이 된 역사적인 공간을 철거하기 위한 청주시의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원안대로 의결한 것은 문화적인 마인드에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다. 연초제조창 도시재생사업은 보는 시각에 따라 엇갈릴 것이다. 이 때문에 일정한 시간을 두고 시민과 전문가의 여론을 청취할 수 있는 절차를 밟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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