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최익성 플랜비디자인·트루체인지연구소 대표

최익성 플랜비디자인·트루체인지연구소 대표

지난 주 당신은 어떤 회의에 참석했는가. 참석했던 회의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는가. 필자는 회의 컨설턴트로 모니터링, 컨설팅, 강의 등의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상황의 회의 문제점을 접하고 있다. 기업 조직의 최고경영자부터 임원, 회의문화 개선을 담당하는 실무진까지 만나보면 대부분 회의에 대해 만족도가 낮은 편이며, 개선 의지가 강하다. 다양한 노력과 시도를 해봤지만 별 변화가 없다고 하소연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최근에 만나 A상무는 "30년 동안 회의문화 개선과 관련한 노력을 했는데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 돈을 쓰는 것보다 차라리 그냥 두는 것이 좋겠다." 라고 말하며 회의문화 개선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표출했다.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그러나 그 기업의 변화 노력을 살펴보면 늘 같은 행동의 반복이다. 예를 들면 이렇게 현상을 분석한다는 명목 하에 인터뷰나 설문조사를 통해서 회의에 대한 전반적 의견과 만족도를 조사한다. 그리고 몇 가지 선진사례를 벤치마킹하여 정리한다. 다음으로 회의 원칙을 제정하여 회의장에 포스터를 붙인다. 몇 가지 도구를 개비하거나, 회의장 분위기를 바꾸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 활동들은 단기적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금세 그 영향은 시들해지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간이 지나 회의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 또 유사한 행위를 하는 반복한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회사의 구성원들 또한 회의문화를 바꾼다고 하면 별 기대를 하지 않는 듯 하다.

회의 컨설턴트이지만 필자도 그들의 현실에 동의하고 편승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6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H사의 K팀장과 L대리를 만나게 되었다. 이 들은 지난 1년간 자사의 회의에 대한 개선을 넘어 혁신을 목표로 다양한 생각과 고민을 하고 있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의의 변화를 통해 조직 변화를 꾀하고 있는 H사의 노력에 많은 반성을 하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여기서는 고민이 정리되는 시작점을 중심으로 회의를 바꿀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다루고자 한다.

H사는 조직 내의 공식적인 소통을 수직적 소통과 수평적 소통으로 구분한다. 지시와 보고를 수직적 소통 방식으로, 회의는 수평적 소통 방식으로 구분하였다. 최근에 수평적 조직문화를 강조하면서 수직적 소통 방식의 문제점과 폐해를 많이 강조하고 있지만 기업 조직에서는 수평적 소통만 요구되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 시점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자유롭게 생각과 의견을 나누는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수평적 소통의 장인 회의에 과연 변화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 것인가라는 고민이 시작되었고 효과적인 방안을 찾았다.

더 좋은 회의를 만들기 위해서 회의의 유형을 개인이나 조직이 일을 처리하는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재정의하였다. 그래서 탄생한 것인 방향 회의, 기획 회의, 운영 회의이다. 대부분 조직은 상황 파악과 적절한 의사결정(지시)이라는 명목하에 운영회의를 많이 한다. 그러나 SPP 회의에서는 방향과 기획에 더 큰 비중을 둔다. 방향회의는 어디로 가야 할지를 정하는 회의이다. 방향회의에서 일이나 프로젝트의 목적과 목표를 합의하여 명문화한다. 이는 무조건 다른 의견을 내는 것이 아니라 공통된 기반을 명시함으로써 믿고 있는 방향을 향해 다 같이 달릴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기획회의에서는 공감된 방향을 중심으로 어떻게 가면 좋을지를 논의하는 회의이다. 이 때는 지향점으로 가는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 적합한 아이디어 합의, 해야 할 일과 함께 역할(무엇, 누구, 언제)를 정한다. 기획 회의 이후 일의 진행 과정에서는 운영회의를 실시한다. 운영회의는 잘 가고 있는지, 잘 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목적지 도착 이후에 과정을 통해 배운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회의이다. 운영회의는 일의 진행 중과 일의 마무리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진행 단계에서 회의를 할 때는 실적, 계획에 대한 단순 체크 중심의 회의가 아니라 이슈를 중심으로 해서 긴급하게 해결해야 할 사항은 의사결정으로, 근본적인 원인을 탐색하고 방안을 모색해야 할 사항은 방향회의로 넘기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마무리 단계에서는 과정을 통해 얻은 것을 정리해보고, 향후 어떤 일을 할것인지 공유한다.

회의는 조직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그래서 회의를 바꾸는 것은 여전히 힘든 일이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해보면 회의를 바꿀 수 있다면 조직도 바꿀 수 있다. 일 수행하는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하여 회의 유형을 구분한 것은 긴 고민과 연구의 산물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