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미영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

이미영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

 워킹맘인 내게 하루 중 가장 바쁜 시간은 '아침'이다. 아이가 태어나기 이전에는 아침에 커피를 마시면서 약간의 게으름을 부리고, 그 게으름에서 얻어지는 정신적 여유를 통해 하루를 시작할 동력을 얻었다. 그러나 지금 나는 매일 아침 커피는 커녕 물도 여유롭게 마실 시간이 부족한, 말 그대로 아침전쟁을 겪어내고 있다.

'밥을 꼭꼭 씹어 먹어야지', '빨리 신발 신어, 그 방향이 아니라 반대로!' 내가 매일 아침 아이를 다그치며 반복하는 말이다. 오늘 아침에는 심지어 '빨리 빨리'라며 쉴새 없이 아이를 독촉하는 것도 모자라, 아파트 잔디밭에 있는 달팽이를 발견하고 '엄마, 달팽이는 왜 등이 딱딱해요?'라고 묻는 아이에게 '그냥 빨리 좀 걷자'는 동문서답까지 해버렸다.

 하지만 아이가 어린이집 문 앞에서 '엄마, 오늘은 회사 안가고 저랑 놀아주면 안돼요?'라는 말을 했을 때에는 마치 조건반사처럼 '나도 오늘은 정말 회사 안가고 너랑 놀고 싶다'라는 말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고, 짐짓 의연한 척하며 오늘은 빨리 돌아와서 놀아주겠노라는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또 다시 출근했다. 오늘 아침을 떠올리다 보면 미안한 마음에 가슴이 아파온다.

 워킹맘인 내게 가장 힘든 순간은 '아이가 아픈 시간'이다. 아이가 새벽에 갑자기 아플 때마다 병원 응급실을 향해 운전을 하면서도, 머릿 속으로는 다음날 재판 일정을 체크해야했다. '엄마, 아이가 아파요. 좀 와주세요~' 내가 새벽 6시쯤 병원응급실에서 친정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하곤 하는 말이다. 응급실에서 밤을 지새우고 날이 밝아오면 새벽 버스를 타고 급히 올라오신 친정엄마에게 바톤터치를 하듯 아픈 아이를 맡겨두고 출근을 해야 했다.

 아이가 아플 때마다 '회사를 그만 둘까'라고 심각하게 고민하며 지난 5년여의 시간을 보내왔다. 하지만 아이가 아플 때마다 일을 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아픈 아이를 돌보면서 빈틈없이 돌아가는 재판일정을 감당하느라 한 동안 넋을 놓을 지경이었다.

 '아이를 핑계로 회사를 그만두지 말자' 아이가 아플 때마다 스스로에게 다짐했던 말이다. 물론 지난 5년여간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는것이 나에게는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기 때문에 다른 워킹맘에게 마냥 '계속 일하라'고 쉽게 말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아이를 낳은 후 미처 부기가 가시기도 전에 일터로 복귀한 후배에게 육아선배로서 '아이를 핑계로 회사를 그만두면 안 돼'라고 말해 주고 싶다.

 시간은 절대적으로 워킹맘의 편이다. 시간은 간난 아이를 유치원생으로, 중·고교생으로, 그리고 대학생을 거쳐 성년으로 키운다. 그래서 나는 먼훗날 '너 때문에 엄마가 일을 그만뒀어. 그러니까 너는 엄마에게 이러면 안 돼'라는 식의 말을 하지 않기 위해 오늘도 지금 당장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나는 아이가 성장하면 엄마를 자랑스럽게 여기게 될 날이 오리라고 믿는다. 엄마와의 대화가 부족한 탓이었던지 3살까지도 말을 하지 못해 애를 태웠던 아들 녀석이 어느날 아침 '엄마, 이제 다섯 밤 자고나면 어린이집 안가고 엄마랑 놀 수 있지요?'라고 말했다. 아이는 이제 다섯 밤을 기다릴 수 있는 어린이로 성장했고, 나는 혹독한 사회에서 낙오하지 않고 지금도 이 자리에서 일하고 있다. 동병상린인 워킹맘들에게 시간이 흐를수록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을 믿고 오늘도 최선을 다해 시간을 견뎌내자고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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