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 스마트 농업과 6차 산업의 미래] 20. 과제와 전망

충북 청주시 미원면 대신리에 위치한 '두리두리 영농조합'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농업의 6차산업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장을 반영한 맞춤형 지원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은 품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이 농업의 중요 목표였지만, 최근에는 농업 또는 농촌의 부존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종합적인 고려가 농업 성장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이번 기획에서는 지난해 충북연구원 6차산업활성화지원센터가 실시한 충북지역 6차산업화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충북 농업 6차 산업화의 과제와 전망을 살펴본다. / 편집자

#산업간 연계·융합 성숙돼야

충북 농업의 6차산업화를 고용과 매출, 지역 농산물 소비 측면에서 볼 때, 충북 6차 산업의 핵심은 제조가공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연구원 6차산업활성화지원센터가 지난해 발표한 '충북농업의 6차 산업화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민박 다음으로 제조가공이 많았다.

하지만 이 분야를 3차 산업의 다양한 사업 분야와 연계하는 융합의 성숙도는 아직 낮은 수준으로 조사되면서 제조가공 사업 경영체의 3차 산업 진출, 3차 산업 분야 소규모 종사자들의 제조가공 참여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고용 측면에서 볼 때, 체험관광분야는 고령화되는 농촌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전체 체험관광 분야 136개 경영체의 고용규모는 1천10명으로 경영체 당 7.4명을 고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제조가공업체 당 11.5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고용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65세 이상 고용인원 비율도 30%로 높은 수준이었다.

우장명 충북6차산업활성화지원센터장은 산업간 연계와 융합이 성숙돼야 6차산업의 성공도 기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실태조사에는 1차 농업생산, 2차 제조가공, 3차 직매장과 체험휴양, 농가맛집과 농가민박에 참여하는 농가, 영농조합법인, 농업회사법인, 마을공동체, 기타 법인과 일반사업자 등 1천550개 업체가 포함됐다.

괴산 둔율올갱이 마을.

#절반 이상이 귀농·귀촌자

"6차 산업 분야에 참여하는 경영자의 경우 조사대상 전체의 77%가 50~70대였습니다. 그럼에도 귀농 혹은 귀촌자가 626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요. 이는 6차 산업에 참여하는 주체의 상당수가 기존 농업종사자와 구별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난해 6차산업화 실태조사를 진행한 충북연구원 6차산업활성화지원센터 정헌근 연구원은 농촌 및 농업의 산업, 환경, 문화적 자원에 도시적 요구와 감수성을 접목시켜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창출하려고 할 때 귀농·귀촌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존 농업과 농촌 활성화에 기여하는 새로운 접근방법을 잘 이해하고, 도시민의 요구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연구원은 "농촌 거주자나 농업 종사자들에게 6차 산업과 정부 정책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귀농·귀촌자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6차 산업 분야 참여 경영주의 영농경력은 3년 미만이 250명(20.8%),10년에서 20년 미만이 242명(20.1%)이었고, 그 다음으로는 20년 이상 영농경력을 가진 경영주가 237명(19.7%)이었다.

전체적으로 10년 미만의 영농경력을 가진 경영주가 610명(51.5%)로 나타나면서 최근 귀농·귀촌해 영농경력이 짧은 경영주가 6차 산업 분야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금봉산 농원.

#학교급식·공공급식 비중 늘려야

주요 판매처에 대한 개선도 과제로 지적됐다. 충북지역 6차산업화 농가들은 소규모 생산과 불안정한 판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접근이 용이한 대형 할인마트나 로컬푸드 매장보다 인터넷 쇼핑이나 개인 직거래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았다.

6차 산업 추진의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서도 마케팅 및 판로개척의 문제가 가장 어렵다는 답변이 29.4%로 가장 높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로컬푸드 매장 혹은 학교급식과 공공급식을 통한 판로 확대가 과제로 지적된다.

정 연구원은 "소규모 제조가공 참여 농가(개인) 경영체 등이 나름대로 구축해가고 있는 생태계를 강화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학교 급식이나 공공급식, 로컬푸드 매장 등의 확대 등을 통해 기존 인터넷 및 직거래 시장 이외에도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농업인의 상당수가 고령화되고 있다는 점, 소농 중심이라는 점에서 규모화 된 소수의 선진적 제조가공업체에 집중된 정부 정책 개입 및 지원도 개선사항으로 꼽힌다.

충북도 역시 지역 상황에 맞는 맞춤형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금한주 충북도 농업정책과장은 "지난해 농촌융복합산업지원에관한법률이 시행되면서 충북에서도 6차산업활성화지원센터를 중심으로 6차 산업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6차 산업 사업자들이 수익을 확대할 수 있도록 선순환시스템을 구축하는데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노루궁뎅이버섯을 재배하는 충북 음성 영농조합법인 착한 농부들.

#농협 통한 6차산업 판로 지원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개최한 지역단위 6차산업화를 위한 워크숍에서 농협을 통한 6차 산업 판로 지원 방향을 제시해 주목받고 있다.

이는 농식품부, 6차산업지원센터, 인증사업자협회, 농협중앙회가 협업해 농협의 온·오프라인 판매망을 활용하자는 것으로 매출규모 10억 원 이하 인증사업자는 소재지의 로컬푸드 직매장 또는 하나로마트 입점을 지원하기로 했다.

로컬푸드 직매장의 경우 상품 진열, 재고 관리 등 직매장 자치 협의회 규약에 따라 입점·판매하고, 하나로마트는 숍인숍 개념으로 6차 산업 별도 매대를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매출규모 10억 원 이상 인증사업자의 경우 농협 온·오프라인 판매망(공영홈쇼핑, 하나로유통 등) 입점을 지원키로 했다.

업체별로 로컬푸드 직매장, 하나로마트 등에 입점하는 형태가 아닌 소재지의 인증사업자와 제품에 대해서는 체계적으로 제품 심사 및 입점이 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대부분의 농가에서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농협을 통한 6차 산업 판로지원은 6차 산업 인증 농가는 물론 농촌 활성화에도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끝> / 김정미

이철희 위원장(충북6차산업정책지원협의회) 인터뷰
"6차 산업 성공, 1차 산업이 바탕 돼야"

이철희 위원장(충북6차산업정책지원협의회)
"지방정부도, 농민들도 지나친 과욕을 부리면 안 된다. 식품제조업도 농업의 범주에 포함되지만 6차 산업의 핵심은 1차 산업이다. 1차 산업의 바탕 위에서 6차 산업의 다양한 성공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충북6차산업정책지원협의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철희(60) 충북대 교수(농업생명환경대학 원예과학과)의 말이다.

이 교수는 최근 6차 산업이 일부 식품제조업과 관광업에 주목하는 경향과 관련, 농민이 배제되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철희 교수가 생각하는 농업은 종합산업이다. 농업 발전을 위해서는 종합산업형, 특화산업형, 자연친화형, 클러스터형, 창의형, 농촌형, 가족형, 연계형 등 8가지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농촌과 농업은 다르다. 농촌은 지역사회고, 농민과 농업은 직업과 산업의 형태이다. 농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뜻 있는 젊은이들이 농촌으로 와야 한다. 1차산업인 농사를 지으러 오라는 게 아니다. 종합산업인 농업을 위해 와야 한다는 의미다."

이철희 교수는 아이디어와 지식이 있으면 농업처럼 발전 가능성이 높은 산업도 드물다고 역설했다. 실제 충북지역 6차 산업 인증 농가 경영체 가운데 적지 않은 대표들이 귀촌을 했다.

이 교수는 고령화된 농촌지역 소농들에게 경험 부족은 가장 큰 아쉬움이라며 종합산업으로서의 농업 발전을 위한 농민 개개인의 노력과 자치단체 및 관련기관의 지원과 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성공적인 현장 모델을 만들기 위해 8년 전부터는 직접 농사도 짓고 있다. 퇴임 이후를 준비한 것이다. 이 교수는 "농업이 얼마나 가능성이 많은 산업인지 직접 보여주고 싶다. 현장 모델을 만들어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철희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야생식물 4천여 종을 농약 없이, 화학비료를 주지 않고 재배하고 있다. 농업에 대한 다양한 지원, 차별화 전략을 현장에 적용해 더 많은 농민들에게 알려줄 계획이다. / 김정미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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