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성범 수필가

이성범 수필가

가을이 깊어간다. 길가의 노란 은행잎이 우리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찬바람에 예쁘게 물든 단풍잎이 몸부림치다 못해 땅위에 마구 뒹굴어 가는 모습을 볼때마다 웬지 가슴이 시리다. 올 가을은 유독 너무 빠르게 익어가는 것만 같다. 아마 올해는 늦더위가 길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가을을 만끽할 사이도 없이 지나갈것 같아서 아쉬움을 넘어 두렵기까지 하다.

얼마전 평소에 존경하는 교육계 대선배님으로 부터 한통의 전화가 왔다. 그동안의 안부를 묻는 중에 선배님은 건강증진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우리동네 한바퀴 걷기 운동이 있는데 함께 주민들과 야산에 걷기도하고 친분도 나누는 프로그램이라고 하시며 시간이 있으면 동참하고 끝난 후 점심식사를 같이 하자고 하셨다. 하던 일을 대충 마무리 짓고 약속된 장소에 나갔다.

중년층을 중심으로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수십명의 주민들이 이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했다. 넓은 공간을 이용하여 걷기전에 준비운동을 하고 자연스럽게 줄을 지어 등산로가 잘 되어있는 길을 따라 산책을 하기 시작했다. 줄을 지어가는 모습이 마치 초등학교때 담임선생님을 따라 소풍을 가는 기분이었다. 함께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낯선 등산객을 마주 하면 서로 가벼운 인사를 나누니 정말 정겨움이 절로 나는 것 같다. 이러면서 우리는 목적지를 향해 리더를 따라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옮겼다. 조금의 오르막이 있으면 얼마안가서 내리막이 있다. 내려올 때 밭에 있는 농작물을 보며 농부의 발걸음을 듣고 자란 농작물이 한없이 사랑스럽다. 나 또한 이들과 무언의 사랑의 담소를 나누어 본다.

소슬한 바람이 부니 고개를 흔들며 좋아 야단이다. 이렇게 자연과 교감을 나누는 동안 우리는 목적지에 다다랗다. 우리는 넓은 공터에 모여 리더에 지시에 따라 몸풀기 운동의 일환으로 다양한 몸체조 운동을 했다. 두사람이 함께 짝을 지어 등을 가볍게 두드려 주기도 하고 두 사람이 짝을 지어 서로 등을 마주하며 서로 손을 잡고 스트레칭을 했다. 숨고르기 운동을 끝으로 몸 풀기는 마쳤다. 어느새 이마에 땀이 송곳이 맺혔다.

정말 몸이 가벼워진 것 같아 기분이 상쾌하다. 산에는 소나무를 비롯해 다양한 산림이 우리를 두팔 벌려 맞아주고 간간히 들려오는 산새소리가 우리의 마음을 평안하게 해준다. 그런가하면 산속의 약수는 목마른 우리의 몸을 시원하게 해준다. 이것이 힐링이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더 중요한 것은 이웃 주민들과 서로 다른 삶의 애환을 격의 없이 나눌 수 있다는 데 정겨움이 더해간다. 아파트 같은 라인에 살아가면서 이웃에 대한 사랑을 잘 느끼지 못할 때가 많았는데 이런 기회를 통하여 서로의 얼굴도 익히고 서로의 관심사에 대하여 터놓고 대화를 하니 공감대가 형성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들 수 있게 되어 새삼 삶의 생기가 도는 듯한 자신감이 넘쳐난다.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고 타인의 뜻을 통찰하려 노력하지 않는다면 절대로 매끄러운 인간관계를 가질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는 의사소통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말하지 않은 소리를 듣는 것이다라고 역설했다.. 현대의 우리 삶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문제 중 하나가 건강과 소통이 아닌가 생각한다.

무슨 일이든 혼자 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여럿이 함께 한다면 분명 운동도 하고 소통도 하면서 몸과 마음의 힐링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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