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방 시스템 이대로 가면 위기 닻 오른 지방분권형 개헌]6. 외국은 어떻게 하나

지방분권의 대표적 성공사례는 바로 유럽이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지방정부의 권한을 법적, 구조적으로 이양하면서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먼저 프랑스는 지난 2003년 헌법을 개정해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게 자치 권한을 부여했다. 프랑스 개정헌법 제72조 제2항에서는 '지자체에서 걷은 세수는 해당 지자체의 수입의 주된 부분을 반드시 차지해야 한다' 고 명문화하고 있다.

이탈리아 역시 2001년 헌법을 대폭 개정해 지방분권을 이뤄냈다. 개정헌법 117조 4항과 114조 2항, 165조 등에서는 헌법에 명시된 중앙정부의 권한 이외의 권한은 지방정부에게 이양, 자치조례제정권 보장,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동등성 규정 등이 주요내용이다.

또 독일도 각 주와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되는 조세수입에 대한 법률에 대한 모든 것은 연방참사원(한국의 기초의원)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런 국가들은 지방정부의 자치권을 국가의 헌법이 보장하고 있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역할을 명확히 배분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자치권을 침해할 수 없도록 법으로 명문화해 지방자치가 제도적으로 보장되고 있다.

특히 일부 국가들은 중앙정부의 역할까지도 이양한 경우도 있다. 벨기에와 스위스, 대만 등은 자치채정권을, 스페인과 중국은 자치조직권을, 스위스는 공교육에 대한 권한을 지방정부에 넘겨줬다.

심지어 대만과 중국은 치안부문까지 지방자치단체에 권한을 이양해 자치단체만의 경찰단체까지 조직할 수 있다.

또 일부 유럽의 선진국(포르투갈, 프랑스, 스위스 등)들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예산 격차를 줄이기 위해 재정조정제도(지방자치단체간의 재정수준을 균등화하는 방식)와 균형예산 원칙(중앙-지방정부의 지출·수입 균형 의무) 등을 규정한 곳도 있다.

이런 여러 사례들 중에 가장 모범사례로 꼽히는 국가는 스위스다.

스위스는 한국의 '정부>도>시·군>읍·면·동'로 나뉘는 행정구역처럼 '정부>캔톤>코뮌'으로 지방자치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의 행정구분과 비슷해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스위스는 연방과 캔톤, 코뮌이 대부분 같은 권한을 가진다. 오히려 복지문제에 있어서는 연방정부가 간섭할 수도 없다. 국방과 외교, 화폐에 대한 권한만 중앙정부 홀로 가지고 있을 뿐 일부분에 있어선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보다 더 큰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의 실생활에 대한 문제는 코뮌에서 직접처리되고 있다. 중앙정부와 캔톤은 코뮌이 직접처리할 수 없는 일들만을 관장할 뿐이다.

게다가 국정운영에 대한 중대한 결정은 국민이 직접 투표하는 직접민주주의가 이뤄지고 있는 점도 지방분권을 가능케 했다.

중앙정부 차원의 국민투표는 1년에 4차례 이상 진행되고 캔톤과 코뮌에서도 해마다 20차례 이상 주민투표가 이뤄지기 때문에 지방자치를 비롯한 문제들을 주민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구조다.

그렇다보니 스위스는 인구 700만에 국토면적이 한반도에 반밖에 되지 않는 나라이지만, 2012년 세계경제포럼이 조사한 국가경쟁력 세계 1위를 기록키도 했다.

또 행복도는 세계 3위, 정부신뢰도 OECD국가 중 1위, 1인당 보유주식 세계 1위, 실업률 4%(선진국들의 1/3수준) 등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살기좋은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의 선진사례들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지방분권의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소개하며 "대한민국의 지방분권을 위해선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게 권한을 이양해야하고, 중앙집권적 구조에서 탈피하는 등의 권력공유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 한인섭·김정하

<표>■ 해외 기초자치단체의 권한이양 현황

자치재정권 독일, 프랑스, 벨기에, 스위스, 대만, 중국
자치조직권 스페인, 중국, 프랑스
자치경찰 대만, 중국
공교육 스위스, 대만, 중국
국가, 광역사무 외 모든 권한 위임 미국, 스위스, 프랑스

[김성호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 공동의장]
"선진국 중앙 - 지방 관계 헌법으로 규정"

김성호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 공동의장

지방분권이 잘 이뤄지고 있는 10개 나라의 헌법을 조사한 결과,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중앙정부-지방정부 간의 관계를 모두 헌법에서 정하고 있다는 것이죠. 독일같은 경우는 연방정부의 권한을 헌법에서 정하고 있고 나머지 권한에 대해선 각 주에 이양토록 헌법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연방정부의 권한을 한정한다는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재정같은 경우도 소득세와 소비세 등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나눠서 사용토록 헌법에 규정돼 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국세를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거둬서 배분하는 방식이나, 지방보조사업 등에 조금씩 나눠주는 개념이 아니고 원천적으로 지방정부의 몫을 따로 정해주는 것입니다.

포괄적으로 국세를 지방으로 주면 나머지는 지방정부가 주민의 동의를 구한 뒤, 지방세를 나머지 부분을 채워서 자율적으로 쓰는 방식입니다.

이처럼 지방분권 선진국에서는 지방정부의 살림에 대해선 자율권을 줌과 동시에 책임을 지게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다보니까, 지방정부는 지방정부 나름대로 정책경쟁이 일어나게 되고 자연스레 효율성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에반해 우리나라는 국민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입니다. 기껏해야 4년에 한번 선거하는 것이 국민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입니다.

제가 주장하는 것은 양원제 국회입니다. 선진국의 나라들은 대부분 양원제 국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방과 관련된 법률이나 재정이나 이런 모든 문제를 지방의 대표들로 구성된 국회 상원의회가 맡고 지방의 목소리를 국가의 입법정책결정과정에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국가가 법률이나 재정을 집행할 때 상원의회가 지방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수 있는 기능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지방국회의원이 250여 명이나 되는데도 불구하고 지방의 목소리는 찾기가 힘든 상황입니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엉뚱하게 중앙정부의 입장, 각 부·처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거기다 또 의원들이 각 상임위로 국회의원이 배속이 되면 이런 점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국회도 양원으로 구성이 돼서 서로 정책 경쟁도 하고 중앙과 지방이 원심력과 구심력이 함께 작동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야합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지금처럼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속국처럼 불리한 입장에서 벗어날 수 있고, 대등한 입장에서 국가가 운영되면서 효율성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김성호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 공동의장은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정책연구실장을 지낸 후 지방자치법학회 부회장과 자치법연구원 부원장을 맡아 지방분권을 위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안성호 대전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스위스 헌정체제서 분권배분 등 배워야"

안성호 대전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스위스의 기적'이란 말이 있습니다. 수많은 지표들 중 많은 부분에서 세계 1등을 하는 나라가 스위스 인데, 스위스의 번영을 가져온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헌정질서를 꼽습니다. 스위스 헌정체제는 한마디로 얘기해 분권체제입니다. 스위스의 분권체제는 3가지 부분에서 살펴 볼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지방분권입니다. 지방이 중앙 못지않은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과세부문입니다. 세금을 거둬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국세와 지방세라고 할 수 있는 비율이 3:7이에요. 반면 우리나라는 8:2입니다. 세금부문만 보더라도 중앙정부의 역할보다는 지방정부의 역할이 얼마만큼이나 강한지 알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은 국민이 직접 투표를 합니다. 지금 우리는 법률도 국회의원이나 대통령만 발의할 수 있지만, 스위스는 10만명 이상이 찬성을 하면 발안을 할 수 있습니다. 직접 발안을 해서 국민투표에 붙이게 만들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스위스는 그래서 직접민주주의와 대의민주주의를 적절히 결합한 준직접민주주의라고들 이야기합니다.

세 번째는 소수를 배려하는 이런 정치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승자독식다수제로 나라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선거에서 패한 후보들이나 정당은 4년이나 5년 동안 패자로 남아있게 되고 그러다보니 선거한번으로 4년 동안 수많은 의사결정을 한 쪽편이 독점하게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그렇다보니 패자 측에서는 사안마다 계속 걸고 넘어지고. 정치적 정글의 이전투구가 계속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권력을 적절히 배분하는 시스템, 분권개헌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추가로 덧붙여 우리는 스위스의 코뮌에서 배워야 합니다. 코뮌의 역할은 우리나라의 시·군과 유사하지만 규모는 약 3천여 명정도로 한 마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처럼 작은 규모의 민주주의가 필요합니다. 채로 불순물을 가려내면 고운 모래를 얻을 수 있듯이 촘촘하게 짜여진 헌정질서, 자치제도를 갖고 있게 되면 시민들의 욕구에 부흥하는 세밀한 정치시스템이 만들어집니다.

이것을 다중심 체제라고 하는데 스위스처럼 작은 규모로 적절히 나눠 시민들이 충분히 참여하고 그런 가운데 막강한 권한을 지방에서 해결할 것은 하고 그렇지 못하는 것만 주정부나 연방정부가 해결해야합니다. 그러면 갈등은 최소화 되고 나라가 번영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방자치제도는 제대로 의식을 가진 학자들이 기본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깨어있는 시민들이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안성호 대전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전 한국지방자치학회 회장과 정부혁신 지방분권 위원회 위원, 지방행정 체제개편 추진위원 위원 등을 역임했고, 현재는 국내 지방분권 관련 대표 전문가로 한국지방자치학회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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