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김민정 수필가.

김민정 수필가

태양이 작열하는 스페인, 그 한복판에는 바로셀로나가 있고 그 정점에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서있다. 하늘에는 축포를 쏜 듯 은회색 구름이 포연으로 뭉게 뭉게 피어 오르고 도시의 거리는 활기가 넘쳤다.

서서히 드러나는 성당을 보자 그 희열과 감동은 이루 말 할 수가 없었다. 성당의 첫 인상은 이글거리는 이베리아 태양빛을 받고 자란 옥수수가 우뚝 서있는 것처럼 보였다. 대서양의 기운과 스페인사람들의 열정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는 성가족성당은 지중해를 밝히는 등대로써 바로셀로나의 아이콘임이 틀림없었다.

인간에 창의성의 끝을 보여주고 있는 가우디만의 형이상학적인 문향은 실로 경이로웠다. 성가족성당은 성경 한 권을 건물로 표현하고 있다. 파사드는 성당으로 들어가는 주출입구를 뜻한다. 성당의 가장 큰 특징은 글을 모르는 사람도 파사드의 조각만 봐도 예수의 삶을 알 수 있도록 꾸며졌다.

가우디는 예수탄생의 '영광의 파사드'만 완성하고 나머지 '수난의 파사드'는 제자들의 몫이 되었다. 동쪽 파사드는 예수의 일생을 담고 있다. 1882년 젊은 가우디가 직접설계하고 건물을 올린 곳이다. 첨탑 가운데에는 생명의 나무를 심었고 그곳에는 성령을 상징하는 비둘기가 날고 있다. 나무아래 'JHS' 글씨는 '예수는 인류의 구원자'라는 의미이다. 탑신에는 'SANCTUS' '거룩하도다' 라는 글귀를 볼 수 있다. 이런 모양의 첨탑은 카탈루니아의 성산인 몬세라트 수도원 뒷산을 모티브로 삼은 것이라 한다.

헤롯왕의 명령으로 3세 미만의 아기들이 발밑에서 죽어가는 파사드는 가우디가 병원에서 아기 시체를 본떠 왔다고 하니 그의 광기어린 집념은 불멸의 성당을 탄생시키기에 충분했다.

16년 동안 가우디는 이곳에서 불꽃같은 삶을 살다가 1926년 뜻밖의 사고사로 그가 남긴 도면과 노트를 통해 전 세계 후예들이 그의 뜻을 받들어 나머지 공사를 하고 있었다.

'영광의 파사드'는 성당 정문이 될 장소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모세와 십계, 노아의 방주 등을 이야기를 담는다. 청동입구는 '주여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소서' 라는 주기도문을 50개 언어로 새겨 놓았다. 물론 한글도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가우디가 죽고 그 뒤를 이은 조각가 수비라치는 선과 면을 이용한 추상적기법을 사용했다. '수난의 파사드'는 십자가의 길로 예수가 고난의 역경을 표현하고 있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 너무나 잔혹한 장면에는 마리아와 막달라 마리아가 얼굴을 들지 못하고 두 손으로 감싸고 있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를 나체로 표현 한 것은 그야말로 파격 그 자체였다.

성당에 내부에 들어서면 가장 놀라운 것은 빛의 향연이다. 천장과 창문에서 쏟아지는 자연광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가우디는 어린 시절 숲 사이로 새어 나오는 빛을 보고 감동을 받아 그 순간을 건축에 구현 해 낸 것이었다. 천정 한가운데 금빛은 태양을 묘사하며 거기서 성령이 빛이 쏟아져 내리게 했다. 이곳에서는 종교와 이념을 떠나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감동을 일으켰다. 성당이 완공 되었을 때는 건물크기가 가로150m 세로 60m, 중앙돔 높이는 170m가 될 것이라고 한다. 입장료와 자발적인 헌금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성당은 지은지 90년이 지났어도 망치소리는 멈추지 않고 있다. 그가 지하에 누워 여전히 성당을 짓고 있다.

그밖에 가우디는 파도치는 바다의 모습을 형상화 한 까사바뜨요, 산의 모습을 표한한 까사밀라. 스머프가 사는 집처럼 아름다운 구엘공원 등을 건축하여 도시 전체에서 그의 인생과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74년을 수도승 같은 삶을 살았던 그는 세상을 떠났지만 수많은 엔지니어들과 건축가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고 있다. 건설업에 종사하면서 이번 여행은 건강과 시간, 열정으로 진한 감동을 마음가득 주유한 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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