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강관우 더프레미어 대표이사 前 SBS CNBC 앵커

강관우 더프레미어 대표이사 前 SBS CNBC 앵커

 예나 지금이나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고 했다. 운동이든 다이어트든 미루다 보면 결국 안 하든지 덜 하기 때문에 그렇다. 며칠 전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에의 자본확충을 포함한 '조선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2조원 넘는 돈을 자본으로 또 확충해줘 숨을 쉬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결정을 다음 정권으로 또 미룬 것이다. 암환자를 개복했다가 정작 필요한 수술은 안하고 덮고, 진통제만 또 처방한 셈이다.

 취임시 '낙하산 인사논란'의 당사자였던 현 산업은행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의 자본잠식 해소를 위해 2조원 가량 부채자본전환을 하겠단다. 49.7%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로서의 '고해성사'도 없이 말이다. 이는 수출입은행의 조심스러운 행보와 비교된다.

 조선경기가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는데 무작정 또 밀어 주는가? 대대적인 구조조정 없이 허송세월을 낭비하며 수 조원을 쏟아 넣었지만, 결과적으로 대우조선해양이 망가지는 것을 방치하던 모습에서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또한, 이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펼치고 있는 해운산업과도 형평성 면에서 배치된다.

 상당한 비용이 들어갔을 맥킨지 컨설팅의 '조선업 경쟁력 방안' 보고서는 묵살됐다. 조선산업의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맥킨지 보고서를 밀었지만, 기획재정부는 그저 참고만 했단다. 업계에서 반대를 강하게 했다고는 하지만, 경제적 관점으로는 맥킨지 말같이 대우조선해양의 독자생존이 쉽지 않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에 수 조원이 들어가더라도 조선업황이 급격히 개선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겨우 연명하는 수준일 것이다.

 세계적인 유수의 자원업체들도 평상시에 인수·합병 등을 통해 살아남기 위한 구조조정을 꾸준히 한다. 최근 일본의 3대 해운사들은 컨테이너선 사업을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통합된 컨테이너 사업의 점유율은 약 7%로 세계 6위권이 될 전망이다. 간단히 말해 모두들 '뭉쳐서 비효율을 줄여 살아 남겠다'는 것이다. 한국의 조선업도 연명만 하기 보다는 뭉쳐서 살아나야 되지 않겠는가?

 국책은행들이 2조원이 넘는 자본확충을 해주고, 정부가 공공선박을 발주할 11조원은 어디서 오는가? 바로 국민들이 낸 세금이다. 깐깐해진 국민들 수준에 맞추려면, 정부가 됐든 산은 회장이 됐든 추후라도 책임지겠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전임 산은 회장이 AIIB(아시아인프라 투자은행) 부총재직을 내던지고 어디론가 잠적해 버리듯이 무책임하게 임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너무 늦은 감이 있기는 하지만 정부는 1단계로 '11·3 부동산시장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과 세종 등 일부 지역의 투기를 잡겠다는 것이 골자이다. 풍선효과로 인근 지역으로 투기가 옮겨 붙으면 또 다른 대책을 내놓겠단다. 강남 부동산 열풍을 진작부터 관리했어야 했다.

 그 동안 오락가락한 부동산 정책은 늘 온탕·냉탕식이다. 부동산 정책도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확실한 방향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이제는 최근 급증한 부동산 관련 대출규모와 질이 걱정될 정도이다. 대출규제로 부동산 대출 금리가 오를 테니 금리부담과 함께 경제의 한 축인 부동산 시장의 위축 가능성도 감안해야 한다.

 내일로 미뤄지는 것은 민간소비도 마찬가지다. 경기하강과 노령화로 소비주체들은 오늘의 소비를 점점 내일로 미룬다. 그나마 여력이 있어도 지금 당장 쓰기보다는 노후를 위해 저축을 하려는 성향이 강해지게 돼있다. 노령화가 되면 그런 현상이 더 강해진다는 것은 일본이 지난 20~30년 동안 이미 보여줬다. 인구절벽이 걱정될 정도로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 중년층들도 점차 현재 소비를 줄이고 저축 대열에 동참할 수 밖에 없다. 민간소비의 감소로 인한 경제 악순환을 방지해야 하는 것이 경제 컨트롤 타워의 몫인데, 당분간은 기대할 게 많지 않다.

 지금 한국 정치·경제 리더십은 공백상태나 다름없다. 각자도생(各自圖生) 상태다. 공무원도 사람인지라 일이 손에 안 잡히겠지만, 당장 2017년 예산에서라도 비효율적인 예산을 걷어내는 등 자신의 소임을 다해야 한다. 국정공백이 길어지며 중요한 경제현안들이 뒤로 밀린 가능성을 경계한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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