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급제길 '괘방령', 수험생들의 성공과 합격 염원 담아

[중부매일 윤여군 기자] 오는 17일 수능을 앞두고 수험생들은 시험 준비가 한창이고 학부모들은 초조함 속에 하루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충북 영동의 '괘방령'이 눈길을 끌고 있다.

소위 '아는 사람만 아는' 군내 수능기원 명소로 자녀의 수능 고득점과 합격을 기원하는 학부모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다.

입소문이 나면서 이맘때면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괘방령에 위치한 장원급제길 아래에서 정성가득한 기도를 드린다.

괘방령(掛榜嶺)은 충북과 경북의 경계지역으로 영동군 매곡면에서 김천시 대항면을 넘나드는 지방도 906호선에 위치한 작은 고갯마루로 조선시대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 다니던 길이다.

'괘방(掛榜)'은 이고개를 넘어 과거를 보러 가면 급제를 알리는 방이 붙는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조선시대부터 불리고 있다.

당시 유생들이 괘방령을 넘으면 급제를 해서 돌아오고 인근 추풍령으로 넘어간 유생들은 모조리 '추풍낙엽'처럼 낙방해 대업의 큰 꿈이 있는 선비들은 주로 괘방령 길을 택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또한 인근 고을에 부임하던 관리들까지도 한사코 이 고개를 넘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성공과 합격의 염원이 담긴 곳이다.

임진왜란 때는 일본군이 추풍령으로 쳐들어갔다가 괘방령으로 쫓겨 났고 한국전쟁 때에는 북한군이 추풍령으로 남진했다가 괘방령으로 퇴각하기도 했다.

인근 추풍령이 국가업무를 수행에 중요 역할을 담당했던 관로(管路)였다면 괘방령은 과거를 보러 다니던 선비들이 즐겨 넘던 고갯길이며 한성과 호서에서 영남을 왕래하는 장사꾼들의 주요 상로(商路)로서 추풍령 못지 않은 큰길이었다.

현재는 추풍령은 차량통행이 많아 번잡하고 괘방령은 지역 주민들만 이용하는 한적한 시골길이다.

비록 이곳이 해발 300m의 낮은 고개이지만 민족정기의 상징인 백두대간의 정기가 잠시 숨을 고르다 황학산(黃鶴山)으로 다시 힘차게 뻗어 오르는 곳이다.

매곡면 관계자는 "잘 알려지지 않은 한적한 곳에서 합격 소원을 빌면 그 바람이 더 멀리 전달될 것"이라며 "급제를 했다는 전설이 현실로 이어져 올해 수능을 치루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소망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여군 / 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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