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김대식 천안 ㈜다영푸드 대표

김대식 천안 ㈜다영푸드 대표

우리나라의 국호는 대한민국이지만, 외국어로 국명을 표기할 때는 공통적으로 Korea 또는 Corea를 사용한다. 이는 멀리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영국과 프랑스, 베트남, 인도를 비롯한 아라비아의 상인들과 교역할 때 Korea라 호칭한데서 비롯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된 교역의 대상이 된 것이 인삼으로, 고려인삼(Korean ginseng, 高麗人蔘)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국제적 브랜드였던 셈이다.

 최인호의 원작소설을 기반으로 한 MBC 사극 상도에서도 인삼이 중요하게 등장하는데 연경(베이징(北京)) 상인들이 담합해 턱없이 낮은 가격에 인삼을 사들이려는 음모를 꾸미자 임상옥이 "조선의 혼이 담긴 인삼을 헐값에 파느니 차라리 죄다 없애버리겠다"며 인삼을 태우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한국의 인삼은 중국의 산삼과 같은 취급을 해줬다 하며, 같은 무게의 금과 같은 가치로 평가받는 등 가격을 매길 수 없는 보물로 평가받았다. 그런데 그렇게 고평가받던 한국의 인삼이 이제는 점점 세계시장에서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중국과 캐나다, 미국산 인삼에 밀리고 있고 인삼의 생산기반이 없는 스위스보다도 인지도나 점유율에서 밀리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결과가 우리의 인삼경작기술이 떨어지거나 인삼의 약효가 떨어지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세계시장을 보는 시야를 갖지 못했고 국내에만 갖혀 우리 것이 최고라는 국수주의에만 사료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구한말 쇄국정책으로 인해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했던 과오가 또다시 되풀이되고 있어 안타깝다.

 어떤 인삼이 좋은 인삼일까? 크기가 크거나 무게가 많이 나가는 것? 모양? 색깔? 조직? 건강에 좋은 식품이라고 할 때 제일 먼저 떠올리는 것이 인삼이지만 어떤 인삼이 좋은 인삼인지 분명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당장 수삼만 해도 40여개의 등급으로 나눠지며 가공단계에 따라 수많은 등급이 있고 각각의 등급별로 가격대가 천차만별이라 가격정보도 부족하고 가격책정에 대한 불공정시비가 끊이질 않는다. 소비자가 아니라 철저히 생산자위주로 돌아가다 보니 일반 소비자는 의혹과 불신만 가질 수 밖에 없고 해외시장의 경쟁력을 잃을 수 밖에 없다.

 인삼의 생산량에 있어서는 중국에 뒤쳐져 있고 인삼고급화전략에 따른 인삼야생자원복원공정이 끝나는 2020년에는 세계시장에서 중국의 시장점유율이 크게 상승할 전망이다. 2015년 인삼수출에 있어 전세계 교역량의 15%를 차지하고 있는 캐나다는 자국농업경쟁력강화차원에서 인삼농업에 대해 기술개발과 연구활동에 대해 막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 그에 더해 인삼의 생산기반이 전무한 스위스는 장기적이고 공격적인 연구개발투자를 통해 인삼을 천연의약품으로 개발해 표준화에 성공, 동물임상실험과 인체실험을 성공적으로 끝내며 한국인삼수출실적의 10배인 연간 3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인삼산업에 있어서 표준화에 대한 인식의 결여가 가져온 참극으로 이는 비단 인삼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식품업계 전반의 공통된 문제이다.

 가내수공업을 벗어나 산업화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 못지않게 표준화가 중요하다. 투명한 생산구조와 유통의 합리화를 위해서 표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건강기능식품과 같이 원재료가 중요할 경우, 원재료의 선정과 매입에 있어 표준화가 절실하다. 단순히 인삼이니까 좋은 것이 아니라 어떻게 재배되었고 다른 작물과 어떻게 다른지 직관적이고 분명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제품을 만들 때 어떻게 취급되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확실해야 식품에 대해 안전함을 느낄 수 있다. 몇 개의 부처가 주먹구구식으로 나눠서 관할하고, 관리기관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상황에서 산업의 체계적인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단순 인삼엑기스 하나에 매출을 기댈 것이 아니라 일반식품으로, 건강기능식품으로, 의약품으로써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 몇대 슈퍼푸드, 건강보조제, 건강기능식품이 유행처럼 왔다가 사라지고 건강TV프로그램마다 이런 다이어트, 저런 운동법, 건강보조제들이 추천되고 또 사라진다. 우리에겐 약식동원(藥食同源)의 유구한 전통이 있다. 외국의 유행을 좇을 것이 아니라, 우리 가장 가까이 있는 것부터 찾아봐야 한다. 종주국의 자부심에 취해 있을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해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하며 산업화를 위한 표준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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