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전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그래서 트럼패닉(트럼프+패닉)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당사자인 미국 국민들의 반응도 심상치 않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이 결정되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 나와 격렬한 항의시위를 할 정도이다. 일부지역에서는 성조기를 태우는 일도 벌어졌다. '쓰레기통'을 태우며 트럼프를 조롱하기도 했다.

미국 50개주 전체에서 가장 많은 선거인단이 배정된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연방 탈퇴를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는 소식도 타전됐다. 이른바 '칼렉시트'(캘리포니아+탈퇴) 움직임 이다. 클린턴 지지자들은 결과를 승복하지 못하고 있다. 선거제도와 민주주의가 제대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는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미국 대선을 하루 앞뒀던 지난 7일 국내 언론에 보도 된 주한미군의 한국 거주 미국 민간인 일본 대피 훈련(커레이저스 채널·Courageous Channel)은 뭔가 심상치 않다는 시각을 낳기 충분했다.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3일까지 실시된 훈련은 평택의 미군 '캠프 험프리스'에서 민간인들을 시누크 헬기 두대에 태워 대구의 '캠프 워커'로 옮기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들은 다시 수송기를 타고 일본의 미군기지로 대피하는 훈련을 했다. 주한미군이 민간인을 태워 한반도를 벗어나는 훈련은 2009년 이후 7년만에 실시됐다고 한다. 지난 93년, 94년 북한 연변 폭격이 거론됐던 시절에도 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미군이 철수시킬 민간인이 22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미국인 14만명과 일본, 캐나다, 유럽 등 우방국 국민들도 포함된다.

군사전문가들은 당연히 이번 훈련을 예사롭게 보지 않는다.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이 엿보이기 때문이. 애슈턴 카터 미 국방부 장관 역시 지난 9월 "주한미군이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최적의 대응태세를 갖춰야 한다"는 언급을 내놓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10일 박근혜 대통령과 당선 인사를 하는 전화통화에서 한미동맹 유지와 한미 상호방위조약 준수를 약속했다고 한다. 트럼프는 이날 "미국은 한국을 지키기위해 굳건하고, 강력한 방위태세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다시피 트럼프는 한국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며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문제를 건드렸다. 주한미군 철수도 마찬가지이다. 트럼프의 입장이 종전과 달라졌다며 안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외교적 수사'라는 시각도 가능하다. 그래서 그가 언급한 '강력한 방위태세'가 무엇을 말하는 지 주시할 수 밖에 없다. 러시아와 중국, 일본도 '트럼프의 승리'에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런 판에 대통령은 '하야 요구'에 직면해 있다. 최순실 사태만해도 그런데, 한반도 환경까지 심상치 않아 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 1년이 너무 길게 느껴진다는 국민들이 많을 것 같다.

/ 한인섭 부국장 겸 정치행정부장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