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영복 회장의 입 열리면 부산이 아닌 전국구급 파문이 일 것이다"

부산 해운대 초고층 주거복합단지 엘시티 사업 추진 과정에서 500억원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는 이영복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12일 밤 이 회장이 부산지검을 나와 부산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 사진 뉴시스

[중부매일 이민우 기자] 부산 해운대 초고층 주거복합단지 엘시티(LCT) 사업 추진 과정에서 500억원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는 이영복(66) 청안건설㈜ 회장이 지난 12일 구속됐다.

부산지검 특수부(임관혁 부장검사)는 이날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과 사기 등 혐의로 청구한 이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서 발부했다고 밝혔다.

영장실질심사에서 부산지법 김현석 판사는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검찰은 구속된 이 회장을 상대로 최소 500억원대로 추정되는 비자금의 정확한 규모와 이 회장이 비자금 조성을 직접 지시했는지 여부, 정·관계 고위인사들을 상대로 한 전방위 로비 의혹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지역 고위층과 폭넓인 인맥 형성...청주지역도 '술렁'= 이영복 회장을 잘 아는 한 지인은 "이 회장이 청주 출신이지만 수십 년간 부산을 주무대로 사업을 해왔다. 부산 지역의 대형 개발사업을 추진하며 각종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공무원, 정치권 인사 등과 폭넓은 인맥을 쌓았다. 지난 1993년 동방주택 사장 당시 발생한 다대·만덕 사건 때 검찰은 부산 지역 정·관계 인사들이 대거 개입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하지만 이 회장의 입을 여는 데 실패했다. 이후 그는 20년간 지인들의 전국구급 지원을 받았다"고 "청주지역에서도 전 지방자치단체장과 전 경찰 고위간부가 연루돼 있으며, 그 과정에서 뒷거래가 이어졌다"고 전했다.

◆승승장구 엘시티 분양 성공 후 검찰 수사...'이영복 게이트' 터지나= 지난해 10월 분양을 시작한 엘시티의 펜트하우스 6가구 중 2가구의 가구(320㎡)당 분양가는 67억6천만원이었다. 부산 지역 역대 아파트 중 평당 분양가로는 최고 기록이었다. 엘시티는 1차 분양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그러나 검찰이 엘시티를 정조준하면서 이 회장에게도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지난 7월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는 엘시티 시행사인 청안건설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나섰다. 이 회장이 사업을 위해 빌린 대출금 중 500억원가량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였다. 검찰은 가장 먼저 시행사 자금담당 임원 P씨(53)를 구속했다. 이 회장은 자신과 함께 수사 대상에 오른 직원들의 변호사로 전직 검사장들을 선임했다.

◆판·검사, 경찰 고위간부 등 연루= 하지만 P씨가 8월 구속 기소되고 검찰에서 소환을 통보하자 이 회장은 잠적했다. 9월에는 엘시티 설계비 125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설계회사 대표 S씨(64)도 재판에 넘겨졌다. 이 회장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다.

3개월가량 이 회장의 그림자만 쫓던 검찰은 지난달 11일 부산고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로부터 "왜 이 회장을 못 잡냐. 안 잡는 것 아니냐"고 추궁당했다. 결국 부산지검은 같은 달 24일 동부지청에서 엘시티 사건 일체를 이첩받아 특수부에 재배당했다.

수사인력은 30여 명으로 확대 개편됐고, 수사팀장 겸 주임검사는 정·재계 권력형 비리 수사에 밝은 임관혁 특수부장이 맡았다.

수사팀이 재편성된 지 3일 만인 지난달 27일 이씨의 도피를 돕던 수행비서 장모(41)씨를 공개수배하며 수사에 속도를 냈다. 검찰은 이씨의 대포폰·차량 등을 추적했고, 7일 도피를 돕던 유흥업소 직원을 구속한 데 이어 10일 오후 9시 이씨를 체포했다. 앞서 이 회장이 동부지청 검사, 부산 지역을 거쳐간 판·검사 및 경찰 고위간부, 부산시청 공무원 접대 리스트를 작성해 갖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대검 감찰본부가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도 했다.

◆이영복 회장은 누구인가?= 이영복 회장은 청주에서 태어나 덕성초등학교를 나왔으며 검찰에 의해 공개 수배되기 이전에는 청주에서 자주 지인들을 만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비선실세 최순실'과 계모임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번 사건이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이 회장은 부산시 도시계획변경, 인·허가 및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1천억대의 비자금을 조성해 금품·향응로비를 벌여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엘시티 실소유주이자 최순실과 최 씨의 언니인 최순득 씨 등과 매월 1천만원 이상을 붓는 계모임을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언론에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엘시티는 2조7천억원을 들여 지난 2007년 부산 도시공사로부터 사업부지를 사들인 해운대 해수욕장 인근 부지에 101층 높이의 랜드마크타워 1개 동과 85층 주거타워 2개 동의 초대형 개발 사업이다.

그러나 당초 엘시티 시공사로 선정됐던 대우건설과 중국건축(CSCEC)이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시공을 포기한 뒤 현재 포스코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검찰은 포스코 건설이 엘시티 사업의 시공사로 선정된 배경과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던 이 회사가 1조7천800억원의 천문학적인 PF가 이뤄진 배경과 관련한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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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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