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양동성 한국은행 충북본부장

여리박빙(如履薄氷), 엷은 얼음 위를 걷는 것과 같이 위태로운 상태를 의미한다. 얼마전 임종룡 부총리 내정자가 현재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의 상황을 표현한 사자성어다. 굳이 어려운 사자성어가 아니더라도 경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는 바일 것이다. 왜 한국경제가 어려울까? 이를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는 것이 IMF, OECD 등 국제금융기관과 무디스, 피치 등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의 평가이다. 가장 신뢰성이 높다는 IMF의 한국경제평가보고서를 보면, 가계부채 부담으로 인한 소비위축, 기업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의 증가. 은행대출 제약, 중국시장에 대한 과도한 의존, 국제금융시장으로부터의 영향 등을 한국경제의 발전을 저해하는 하방요인(下方要因)으로 보고 있으며, 피치사 등은 고령화, 생산성 저하,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주요 구조적 요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리스크 요인 이외에 P리스크, 즉 Political 리스크가 크게 대두되고 있다. 최순실게이트로 대변되는 일련의 혼란상황과 예상밖의 미국 대통령 선거결과도 우리경제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하방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정치문제가 장기화되면 외국투자자들의 신뢰가 저하되면서 국가신용도 하락, 자본유출 등 금융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또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은 다음의 3가지 경로를 통해 우리 경제에 플러스 요인보다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먼저 금융경로를 통한 전방위적인 영향이다. 새 정부의 정책변화는 글로벌 금리, 환율, 위험선호도 변화 등을 통해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는 특정 분야가 아니라 황사와 같이 무차별적으로 경제의 각 분야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며, 중장기적으로는 트럼프의 공약대로 국채발행을 통한 확장적 재정정책이 추진될 경우 미국의 국채공급이 늘어나고 금리가 높아지면서 우리나라 금리도 상승 압력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는 실물경제 경로를 통한 영향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표방한 자국우선주의, 중국에 대한 관세율 인상, TPP 탈퇴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 공약이 현실화될 경우 산업별로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해 보인다. 총 수출의 13.3%를 미국에 의지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미국의 반덤핑 제소 강화, 한미 FTA 재협상 요구 등 통상 압력이 강화되면 대미수출 차질과 무역흑자 감소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또한, 중국에 대한 고율의 관세부과로 중국의 대미수출이 둔화될 경우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우리의 대중 수출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마지막으로는 국방경로를 통한 영향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단골메뉴인 주한미군에 대한 우리나라의 분담금 증대는 정부지출확대로 재정여력을 위축시키고 국민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또한, 한미 안보동맹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면 외국투자자들의 신뢰도 저하, 국가신용도 하락에 대한 우려도 대두될 수 있다.

그러면 충북경제 미치는 효과는 어떠할까? 충북경제는 우리나라가 최근 몇 년간 저성장의 그늘에 머무르고 있는 동안 상대적으로 선방해 왔다. 2015년 충북의 제조업 생산은 6.3%(전국 0.6%) 성장을 기록하였고, 반도체, 주류, 화장품, 의약산업 생산 등이 호조를 보임으로써 우리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4%를 향해 순항중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미국 대선결과는 지역경제에도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나 지역경제가 받는 타격은 우리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보다는 크지 않을 것이다.

충북지역의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반도체로 37.6% 수준(2016.1~9월 기준)이며, 건전지 및 축전지(9.5%), 플라스틱 제품(7.4%), 광학기기(3.8%) 등의 순이다. 반도체는 정보기술협정(ITA)의 무관세 대상이므로 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나 최근 대미수출이 활기를 띄기 시작한 기계류 생산업체의 경우 어려움이 예상된다.

우리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하방리스크는 당장 해결이 불가능하거나 대외변수로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정밀한 계획을 세우고 대처해 나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대응 전략의 수립은 정부와 정책당국 뿐 아니라 개인들도 필요하다. 금리가 오를 경우 어찌할 것인지, 내가 종사하는 산업의 업황이 어려워져 임금이 삭감되거나 동결될 때 어찌할 것인지 등이다. 지금이야말로 최악의 상황에 철저히 대비하면서 희미하나마 최선의 상황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때이다. 이는 정책 당국 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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