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강관우 더프레미어 대표이사 前 SBS CNBC 앵커

강관우 더프레미어 대표이사

미국에서 트럼프가 무대 전면에 등장했다. 전세계가 향후 트럼프의 정책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세계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 동안 트럼프가 대선과정에서 내놓은 공약을 한마디로 줄이면 '미국 최우선주의'라 할 수 있다. '자유무역협정'들도 대대적으로 손을 보겠단다.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못할 일이 없어 보인다. 미국 밖에 있는 공장들까지도 본국으로의 이전을 검토해야 할 정도이다. 이러니 아시아에 생산기지를 가지고 있는 많은 미국 IT기업들의 CEO들은 머리가 아프다. 당연히 미국의 IT업종 주가는 최근 약세권이다.

 한·미간의 자유무역협정(FTA)도 예외가 아닐 것 같다. 보호무역주의까지 강화한다고 하니 교역량도 줄 수 있다. 직간접으로 미국시장으로 수출을 해서 먹고 사는 우리로서는 전략을 대대적으로 수정해야 할 판이다.

 가까운 미래에 미국 현지에 공장을 더 짓겠다는 국내의 IT나 자동차 업체들도 늘어날 것이다. 삼성전자나 현대차그룹 같은 국내 대표기업들의 주가는 트럼프 당선 이후 약세권이다.

 트럼프가 강조한 또 다른 부분은 미국내 인프라 투자이다. 무려 1조 달러에 달하는 재정정책을 쓰겠다는 생각이다. 트럼프發 인플레이션까지도 상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급변한 것이다. 도로건설을 늘린다고 하니 굴삭기 업체인 미국의 Caterpillar사 주가는 연일 고공행진 중이다. 관련기업이 있는 두산그룹도 덩달아 시장에서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인프라 투자 이외에도 미국내 이민자들을 내보낸다고 하면, 미국의 임금은 올라가게 돼있다. 자연스럽게 트럼프發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이러니 미국 국채금리가 먼저 들썩인다. 때마침 미국의 연준(FRB)도 12월 연방금리를 올려야 할 타이밍이기도 했다.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연방금리를 올리는 속도 또한 빨라진다고 봐야 한다. 금리가 오른다면 국채가격이 떨어질 테니 이제 미국 국채의 호시절은 지나간 셈이다. 이제 돈은 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릴 수 밖에 없다.

 미국의 국채금리가 오르면서, 우리나라의 시중금리까지도 최근 상승세다.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은행의 부동산 대출금리는 5%선까지 올라왔다. 실로 급격한 상승이다. 가계부채가 이미 1천20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대출금리의 상승은 가계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정부의 부동산 정책까지 강화됐으니, 이제 국내 부동산 가격이 예전 같은 상승행진을 할거라는 생각은 접어두는 게 좋다.

 미국 금리가 오르니 달러화는 강세로 갈 수 밖에 없다. 한국의 원·달러 환율은 벌써 달러당 1천170원선을 넘어섰다. 미국 달러화 대비 대부분 국가의 통화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니 그저 바라만 볼 수 밖에 없기도 하다. 국내 시중금리가 오르고는 있으나, 그렇다고 기준금리를 미국 따라 올리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올리자니 가계부채가 걱정되고, 더 내린다고 해도 경기가 살아나기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한국이 미국 주식시장만큼 매력적이지 않다. 트럼프 당선 이후 1조원이 넘는 순매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국내의 정치적인 상황이 어수선해지면서 경제 컨트롤타워에게 제 역할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우리나라 경제팀도 미국 트럼프의 등장에 맞춘 대대적인 전략 수정을 해야 할 텐데, 시국이 어수선하니 기대난망이다.

 미국에서 시장의 변화를 끌고 가는 마당에 국내 경제팀의 방안이 나오더라도 잘 먹힐 것 같지도 않다. 당연히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한국에서 돈을 빼서 나가고 싶다. 삼성, 현대차그룹 앞에 놓인 미래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 돼버린 마당에, 원·달러 환율까지 가파른 상승세니 더욱 조바심을 낼 외국인들이다. 그들에게 한국은 미국보다 위험시장이기 때문이다.

 경제의 모습이든 개별기업의 모습이든 시장은 이를 즉각적으로 반영한다. 미국 시장은 연일 강세인데 한국 시장은 오히려 약세인 것은 앞으로의 변화를 미리 보여주고 있다. 시장은 경제의 거울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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