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윤종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장

윤종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장

요즘 전례 없는 헌정유린 사태로 인하여 온 나라가 매우 혼란스럽고 국민들은 패닉상태에 빠져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싶을 정도로 어이없고 참담한 실정이다. 국정이 올 스톱되고 대한민국호가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상황이 매우 엄중한 시점에서 터진 작금의 사태는 대한민국 헌정사상 유래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쌓아 온 국가와 민족의 자존심마저 심각하게 훼손하였다.

국민들은 이와 같은 헌정파괴와 국정농단 사태에 대하여 크게 분노하고 있다. 각계각층에서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대규모 집회를 통해 청와대와 정부를 강하게 비판함과 동시에 재발방지를 위한 철저한 진실규명과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태를 야기한 대통령과 그 주변인들이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을 주장한다. 주권자인 국민들의 이와 같은 감정과 행동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동안 헌정사의 주요 고비마다 정의를 바로 세우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 국민들이 보여준 값진 투쟁과 헌신은 이번에도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작금의 헌정유린 사태를 둘러싸고 벌이는 여당과 야당을 포함한 정치권의 논박과 행태를 보면 한마디로 실망을 금할 수 없으며, 과연 우리 국민들이 존경할만한 정치지도자와 장차 국정운영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정당과 정파가 존재하는지 의문이다.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청와대와 정부·여당에게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으나, 국정이 올바르게 운영되도록 감시하고 견제할 법적·제도적인 책무가 국회와 야당에게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 이것을 소홀히 한 이들도 결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그러나 작금의 정치권의 상황은 어떠한가? 서로 상대방을 비난하고 자기들의 주장만을 내세울 뿐 현 사태를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안이나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는커녕 국민들의 눈치만 보고 있다. 국민들의 뜻이라고, 국민들을 위한다고 하면서도 국민들의 불안과 걱정만 가중시키고 있다.

여당은 여당대로 친박과 비박으로 갈려 당파싸움에만 몰두하고, 야당은 야당대로 청와대와 정부를 강하게 비난하면서도 각 정당과 계파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이다. 그동안 용비어천가를 부르던 여당의 국회의원과 정치인들은 잔뜩 몸 사리기에 바쁘고, 야권의 지도자와 각 정파들은 이해득실을 계산하면서 같은 듯 서로 다른 주장을 편다. 자기 책임은 없고 남 탓으로만 돌리기에 바쁘다. 헌정을 유린했다고 비판하면서 헌법적 절차와 규정을 무시하는 주장과 요구가 난무한다. 이런 저런 소문과 의구심은 증폭되고, 문제해결을 위한 대화와 타협은 일찌감치 실종되었다. 정당과 정치인은 있으되 정치가 실종된 형국이다.

불과 며칠 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트럼프 후보가 승리함에 따라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시아 정세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국내경제는 심각한 위기상황에 빠질 우려가 증대되고 있으며, 청년실업 등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도 산적해 있다. 현 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마음이 진정되기 위해서는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상대방을 비난하고 자기주장만을 되풀이 할 것이 아니라 법과 원칙에 따라 현 사태를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합리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정치권의 노력이 절실한 때이다. 각 정파를 뛰어 넘어 헌정중단과 경제위기를 조속히, 슬기롭게 극복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여당은 더욱 사죄하고 반성하는 자세로, 야당은 실정법의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면서 서로 머리를 맞대고 난마처럼 얽힌 문제들을 하나하나 풀어나가야 한다. 여러 주장이 난무하면 그만큼 해결도 되지 않고 시간만 낭비된다. 정권과 정파는 유한하지만 대한민국과 우리 민족은 무한히 지속되어야 한다. 정치권의 현명한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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