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신용한 서원대 석좌교수.前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

신용한 서원대 석좌교수.前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

 바야흐로 소설(小雪) 추위가 지나간다. 맹추위가 시작될 즈음이면 으레 전통시장 상인들이 모닥불을 피워놓고 곁불을 쬐며 열심히 새벽장사를 하는 장면들이 방송에 나오곤 한다. 오늘도 대박을 기원하며 힘차게 시작하지만, 가계소득이 좀처럼 늘지 않으면서 국민들의 허리띠 졸라매기가 유례없이 길어지고 있어 몸도 마음도 추운 겨울을 맞이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이런 불황기일수록 목표 고객층을 명확히 하고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를 면밀히 체크하여 소비자 맞춤형 전략을 펼치는 게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그렇다면 전통시장 최대의 경쟁 상대는 어디일까? 대기업들이 각축전을 펼치는 대형마트일까, 아니면 동네로 들어와 있는 소위 SSM(Super Super Market) 일까?

 정부는 2010년말부터 대규모점포(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SSM) 등록을 제한했고 이후 월 2회 휴업의무 등의 규제를 강화해왔다. 이미 대형마트는 정체 중에 있고, SSM도 신규출점이 쉽지 않고 영업규제가 강화된 데다 점포별 가격경쟁으로 인한 유통채널 내 경쟁심화로 실적은 점점 하락하고 있다. 그렇다면 최대 경쟁 상대는 어디일까?

 몇 년 전 초대형 신발 비교매장 대표인 대학선배가 'ooo마트 최대의 경쟁자는 나이키가 아니라 온라인 게임이다'라고 하여 큰 영감을 얻은 적이 있었다. 신발 브랜드내 미시적 경쟁시장이 아니라 온라인 게임을 청소년들이 많이 할수록 외부활동이 적어져서 신발 소비가 둔화된다는 시장 전체의 흐름을 읽는 분석적 접근이었던 것이다. 즉, 전통시장의 경쟁상대를 제대로 분석하고 거시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에 주목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에서 가장 흔한 가구형태는 1인 가구로 전체 비중의 27.2%를 차지한다. 2인 가구 비율은 26.1%로 1인 가구와 2인 가구가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율(50%) 역시 처음으로 절반을 넘었다. 청년층은 저성장에 따른 취업난 등으로 '삼포(연애ㆍ결혼ㆍ출산 포기)'가 늘어나고 있고 중년층에서는 결혼을 미루고 혼자 사는 이른바 '골드 미스터ㆍ골드 미스' 등이 많아졌으며 고령층에서는 평균수명이 늘어나며 이혼ㆍ사별 등의 이유로 홀로 사는 노인이 급증하다보니 1인 가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가구수의 변화는 소비문화 변화로 이어졌다.

 이미 일본의 선례에서 보듯이 1인가구의 증가와 초고령 사회화는 대형마트나 SSM 보다는 가까운 편의점 이용율을 급속히 증가시켜왔다. 특히 판매에 SNS를 활용하고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제품 개발 및 주문량 조절까지 활용하며 무한 진화하고 있는 3만3천개의 편의점은 전통시장의 강력한 경쟁 상대로 부상했음에 틀림없다.

 이렇듯 우리 생활 가까이에 무수하게 진출한 편의점과의 무한경쟁 하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서는 전통시장도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거나 각종 체험이 가능한 관광코스로 진화하는 등의 인식전환에도 힘써야 한다.

 이노션 월드와이드가 발표한 '전통문화 트렌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통 시장 연관어로 '재래'(2만2천140건), '사다'(8천956건) 등이 가장 많이 등장했으나, 체험(6천498건), 젊다(5천763건), 관광(5천213건), 활력(5천206건), 공연(5천10건) 등과 같은 단어들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여 전통시장이 단순히 물건을 저렴하게 사기 위해서만 가는 곳이 아니라 젊고 활기차며 흥미로운 체험을 할 수 있는 장소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전통시장에서의 먹거리와 관련해서 '카페'(3천183건), '커피'(2천94건) 등의 연관어가 '어묵'(1천300건), '떡볶이'(1천196건), '떡'(1천152건), '튀김'(1천135건) 등 전통적인 먹거리에 비해 높은 비중을 차지해 젊은 세대들이 음식 탐방을 위해 전통시장을 자주 찾고 있으며 그들이 선호하는 먹거리 패턴도 변화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전통 속에서 스토리와 체험꺼리를 만들어내고 행정당국과 협조하여 최첨단 IT, ICT, 빅데이터 분석 기술들과의 접목을 통한 끊임없는 '온고지신(溫故知新)' 노력만이 변화하는 트렌드 속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훈훈한 사람의 온기가 살아있는 전통시장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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