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홍양희 충북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홍양희 충북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한 해를 돌아보며 유종의 미를 거두려는 손길이 분주해지는 시기가 돌아왔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계획했던 일들을 정리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으련만, 불어오는 바람을 견디지 못해 떨어진 낙엽만큼이나 씁쓸한 국내외 정세를 바라보니 여민 옷깃 속 더욱 움츠러든 우리의 모습을 자아낸다.

지난 9일,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미국 대선이 트럼프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세계경찰을 자처하며 국제사회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미국이 급격한 변화를 앞두고 있다. 급변하게 될 국제사회 흐름을 예측하여 서둘러 대비해야 함에도 우리사회는 그러한 여력이 없어 보여 안타깝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 이후 채 한 달이 되지 않은 시점에서 가장 먼저 화두로 떠오른 것은 국제무역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미국 중심의 세계 최대 자유무역지대인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 : Trans-Pacific Partnership)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며 당선 이후 철회할 것을 예고했던 트럼프 정부가 보호무역정책을 화두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아시아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 무역 일선에 있는 지역기업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더불어 한미동맹 재검토, 주한미군 주둔비용 부담 등 국내정세와 예산책정에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지난 선거기간 동안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국제사회를 걱정과 염려에 빠지게 만든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에 대한 가장 큰 리스크는 예측할 수 없다는 것에 있다고 한다. 산업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트럼프의 공약과 연설은 현실적으로 공존할 수 없는 내용이 많고 당선 이후 이미 몇 개의 공약을 정정했기 때문에 향후 국내외 정책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움을 전했다. 그야말로 불확실한 미래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되자 아시아 주식시장의 폭락과 골드 실버 선물가격이 폭등으로 이어졌으며 미국 다우 선물지수는 700포인트 하락하는 불확실성 사회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되었다.

'불확실성 사회',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가장 잘 표현한 말이 아닐 수 없다. 굳이 멀리 보지 않아도 우리 사회 속 만연한 부정과 부패를 접하면서 사회에 대한 확실성이 결여되고 있음을 느낀다. 노력에 대한 보상, 능력과 인정, 정의와 청렴이 보장되는 사회라는 믿음을 뒤흔드는 권력의 그림자를 몰아내고자 작은 불빛이 전국을 물들이고 있다. 안으로는 곪은 상처를 치유하는 인고의 시간이 지나가고 밖으로는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이 다가오고 있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당분간 무엇도 확신할 수 없는 불안한 정국이 지속될 전망이니, 우리 지역기업은 막연한 기다림을 멈추고 다가올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줘야 할 때이다.

첫째, 현실을 파악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현실성을 잃고 현재의 중요한 것을 놓쳐버릴 위험이 있다. 기업의 현재 위치와 과업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급변하는 정책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둘째, 충분히 고민해야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빠른 대응에 집착하고 당장의 현안에만 몰두한다면 멀리서 도사리고 있는 위험을 감지하지 못한다. 셋째, 미래를 예측하는 로드맵을 구축해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국제정세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의 미세한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한 정형화되고 반복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만약, 불확실한 사회에서 단지 살아남는 것, 현황을 유지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라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앞서 움직이는 이들을 따라가는 것도 좋은 방법일지 모른다. 그러나 거기서 만족할 수 없다면 진취적인 자세로 기업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몇가지 규칙을 지키고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한다면 불확실성을 통제하고 확실한 기업의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인디언 속담 중 '이별이 두려워 사랑하지 않은 자는 죽음이 두려워 숨 쉬지 않는 자와 같다'라는 말이 있다. 지금 상황에 우리가 명심해야 할 말이 아닐까 한다. 우리가 정작 두려워해야 할 것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 아니라 현재 해야할 일을 하지 않는 우리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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