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최익성 플랜비디자인·트루체인지연구소 대표

최익성 플랜비디자인·트루체인지연구소 대표

필자가 만난 대기업 임원 중 한 명은 약속된 시간에 회의를 끝나는 것을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하고 회의 시간을 지킨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말했다. 물론 시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것의 우선순위에 첫 번째로 두는 것은 옳지 않다.

시계로 끝나는 회의는 회의라기 보다는 의식에 가깝다. 의견을 나누거나 결정을 위한 회의가 아니다. 그저 정보 공유성 회의다. 정보 공유성 회의에는 흔히 절차가 있다.

의장(or 차석)이 재빨리 공지 사항을 전달한 후 의장과 발표자(상사와 부하 직원) 각각이 일대일로 대화를 한다. 어느 순간이든 대화에 참여하는 사람은 딱 2명 뿐 이다. 나머지는 명목상 듣는다. 명목상으로는 그렇다는 것이다. 만약 노트북을 가지고 있다면 그들의 정신은 다른 곳에 있을 수 있다.

회의에 있어서 대화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대화가 오가는 동안 나머지 사람들이 모두 같은 방에 꼼짝없이 갇힌다는 데 있다. 필자는 회의를 대화로 대체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나머지 사람들을 일하게 보내주고 일대일 대화를 따로 하는 방식이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서로 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공유를 할 수 있지 않는가?'라고 반론을 할 독자가 있을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당연히 공유의 효과도 있다. 그렇지만 공유는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보고서를 공유한다거나 핵심사항과 진척사항 등을 공유 폴더에 등록해두면 된다. 굳이 일이 많은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아서 이야기를 듣게 할 필요까지는 없지 않은가?

가끔 조직에서는 이런 의식과 같은 회의가 꼭 필요할 때가 있다. 업적을 축하거나 반성할 때, 전략적인 방향 전환을 공지할 때, 막 끝난 프로젝트를 평가할 때는 필요하다. 이런 의식은 조금 특별하니 타당하다. 여기서 의심할 범인은 정기적인 의식이다. 예로는 주간(또는 월간) 상황 보고 회의가 이다. 10명에서 많게는 30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한 방에 가둬 놓고 한 명씩 차례로 상사와 대화하는 회의 말이다.

필자는 의식과 같은 정기 회의를 혁신할 역량이 없다. 어느 누구도 그것을 개선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 한 명이다. 진짜 회의를 하고 싶다면 먼저 필요 없는 회의들을 얼마나 진행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것이 어렵다면 조금씩 줄이고 공유를 위한 문화와 시스템을 구축하는 활동을 해볼 것을 권한다.

왜 리더만이 회의를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지 여기에 있다. 의식을 위한 회의는 리더에게 가장 큰 성취를 주기 때문에 본인이 다 집중해서 듣고 이해하고 지침을 내리기도 하기 때문에 매우 귀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래서 정보공유형 회의가 왜 나쁜지 생각하지 못한다.

필자가 컨설팅을 수행했던 회사의 CEO와 임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정보보고형 회의는 의장을 빼고 모두가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은 좀 더 형식적이고, 무거운 분위기에서 보고 하는 과정이다. 절대 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하라."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리더, 어쩌면 리더인 당신만 모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다. 그걸 알게 되었기 때문에 회의가 의미 있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오산이다. 왜냐하면 당신이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사이에 다른 사람들을 중요한 일을 처리할 시간을 뺏기기 때문이다. 당신보다 더 중요한 사람, 더 중요한 일이 수없이 많다. 우리의 일의 핵심인 리더가 아니라 고객과 시장이기 때문이다.

회의는 누구 한 사람을 위해서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 진짜 회의는 참석자들이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이해하고 수용하고 협력하고 결정을 내리고 실행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을 위한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리더인 당신과 회의장에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신 일의 중요도를 다시 한 번 점검하기 바란다. 리더인 자신을 위해서 회의를 개최하고 진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질문해보기 바란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