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청소년 유해환경 무방비 노출, 이대로 좋은가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에 위치한 용암광장에 '오후 10시 이후 청소년의 출입을 제한한다'는 문구의 플래카드가 붙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상인회는 "유흥업소가 많아 청소년 정서를 고려해 임의적으로 설치했다"고 밝혔지만 이 광장은 시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문화테마존'으로 조성됐다. / 신동빈

[중부매일 송휘헌·안성수·연현철 인턴기자] 청소년들이 갈 곳을 잃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청소년들의 문화향유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는 '청소년 광장' 인근에 중년나이트 등의 유흥업소들이 무분별하게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인근 유해환경으로 인해 자칫 불법·탈선 현장으로 변질될 수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30일 청주시에 따르면 관내 조성된 청소년 광장은 총 1곳이며, 용암광장, 금천광장 등에 무대 등을 설치해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청주 중앙동에 위치한 청소년광장 인근에는 중년나이트와 모텔 등으로 즐비하게 들어서 유해환경에 무방비 노출된 실정이다.

특히 용암광장에는 '이곳은 유흥업소구역이므로 19세 미만의 청소년은 오후 10시 이후로는 출입금지'라는 문구의 플래카드도 걸려있어 이곳이 청소년 유해환경 구역임을 알렸다.

청석고 3학년 학생은 "유흥업소들을 보면 친구들과 장난으로 나중에 크면 가자는 농담을 하곤 한다"며 "주변에 가본 친구들은 없고 실제로 친구들이 가자고 하면 경험상 갈 의향은 있다"고 말했다. 미용고 1학년 여학생은 "이름을 청소년 광장이 아니라 성인 광장으로 바꿔야 한다"며 "청소년 광장은 밤이 되면 무섭다"고 푸념했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들어선 유흥업소들을 실제적으로 제재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다. 이 구역들은 상업지역으로 별도로 제제할 수 있는 법적 제도도 마련되지 않았을 뿐더러 이미 허가를 맡은 건물이라는 것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상업지역이기 때문에 이미 허가된 건축물에 대해 어떻게 하기는 곤란하다"며 "이 구역에 비슷한 시설이 들어와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별도 법적 제도가 마련되지 많아 업체들을 선별해 받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선 유해환경에 노출된 청소년들의 탈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이를 모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충북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협의회 박인배 회장은 "광장에는 학생들이 즐길만한 시설이 없고 유해한 환경이 많이 조성돼 있다"며 "청소년들은 호기심이 강하기 때문에 어른들이 하는 행동을 모방하는 성격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십억원의 시민혈세로 조성된 청소년광장 주변 지역의 경우 무분별한 유흥업소 난립으로 인해 '성인광장'으로 전락하고 있어 건전한 청소년 문화 대책 등 보완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끝> / 송휘헌·안성수·연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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