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송휘헌 사회부

송휘헌 사회부 기자

청소년 유해환경에 대해 취재하면서 청주 중·고등학생들과 많은 대화를 하게 됐다. 요즘 학생들은 어디로 가고 무엇을 하고 있을까? '빽'도 실력이라는 황금만능주의가 판치고 있는 세상에 청소년들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취재 중 인터뷰를 했던 학생은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며 "현금이 있다면 담배, 술 등을 사는 건 일도 아니고 내가 살 수 있는 방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쉽게 말 할 정도로 아이들에게 유해한 술, 담배를 사는 것은 어렵지 않았고 단속에 걸린 업주들도 "재수가 없다"는 등의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생일 선물로 일부 학생들이 친구에게 돈 봉투를 건넨다. 한 학생은 "어른들이 하는 것을 보니 돈을 주는게 가장 좋은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친구가 사고 싶은 것을 사라고 이렇게 주게 됐다"고 전했다. 청소년들은 어른들의 문화를 아무 거리낌 없이 배우고 있었다. 이들이 쉽게 답습한 문화는 컴퓨터,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청소년들의 문화인 것처럼 정보를 공유하고 자신들이 할 수 있는 탈선으로 문화재창조(?)를 이루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도덕적, 법률적 판단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인터뷰 중 한 학생이 스마트폰 메신저를 이용해 보여준 대화내용을 보니 술, 담배를 쉽게 살 수 있는 곳이나 이것들을 해도 제재 받지 않고 놀 수 있는 곳 등을 공유하고 있었다.

예전부터 '윗물이 맑아야 아래 물이 맑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 등의 속담·격언이 내려오고 있다. 청소년의 변화에서 어른들의 잘 못은 없는 건지 생각해 봐야 한다. 학생들에게 술, 담배를 팔고 이 것들을 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것은 성인들이 학생을 학생으로 보지 않고 단순히 돈벌이의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은 교사, 경찰, 단체 등의 몫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관심과 사랑의 눈으로 학생들을 본다면 세상은 변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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