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이진영 농협보은군지부 계장

이진영 농협보은군지부 계장

어느 날 농협충북본부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다. 필자에게 면접위원이 되어 면접시험을 주관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올해 신규직원으로 입사한 필자는 귀를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그에 대한 담당자의 설명이 이어졌다. 내용을 들어보니 충북농협이 임직원들의 農心과 初心을 되찾자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거꾸로 면접'을 기획했다고 했다. 나처럼 신규직원들이 면접위원 역할을 하고 10년차 이상의 선배 직원들이 피면접자로 나선다는 것이었다. 순간 대학생활 시절 선·후배들과 자주 했던 '야자타임'이 머리를 스쳤다. 처음에 후배들의 무서운 맹공이 위세를 떨치지만 결국 선배들로부터 그 몇 배에 해당되는 복수극으로 마무리 되는 야자타임 말이다.

그 제안을 받고 또 다른 긴장이 앞섰다. 그때 느낀 긴장감이란 피면접자의 절실함과 위축된 떨림이 아닌 어깨를 지그시 누르는 부담감이었다. 면접위원들은 필자 포함해 8명이었다. 담당자로부터 이번 면접시험 취지의 설명이 있은 후 본격적인 교육이 시작됐다. 농협이 필요로 하는 인재의 덕목과 질의 사항을 여러 파트로 구분해 주었다. 마치 봐서는 안 될 것 같은 대외비를 보는 느낌이었지만 면접위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개념과 자세를 배우고 나니 조금은 긴장을 덜 수 있었다.

드디어 면접시험이 시작되고 첫 번째 조 피면접자들이 들어왔다. 서로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먼저 옆자리 면접위원들이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동일한 질문 임에도 불구하고 선배 피면접자들은 근무하는 사무소와 직급, 직책, 직종 등에 따라 사뭇 다른 답변들이 이어졌다. 정답지 같은 답변 뿐만 아니라 창의적이면서도 진보적인 의견도 쏟아졌다. 때로는 면접위원에게 의견을 되물어 보는 피면접자들도 있어서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물론 빈약한 답변을 하 선배들도 있었지만 모든 답변들이 생생한 경험이 바탕이 되어 현장감과 생명력이 넘쳤고 새내기로서 배울점이 많았다. 선배들의 초심 찾기 면접이었지만 오히려 나에게 농협생활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시작해야 할지, 어느 방향으로 중심을 잡고 나가야 할지에 대한 여행자의 지도와 나침반 같은 시간이었다.

초심은 '처음에 먹은 마음'이라고 한다. 새내기인 내가 지녀야 할 삶의 철학과도 같다. 지금 이 순간 가슴속에 뜨겁게 느껴지는 마음가짐이 나의 변하지 않을 초심이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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