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땐 역풍…충북 금배지 싹쓸이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통령(박근혜) 탄핵소추안' 개표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중부매일 한인섭기자]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지난 9일 국회에서 통과된 이후 더불어민주당 충북지역 정치인들은 술자리를 피하거나 불필요한 언행을 자제하는 등 몸을 사리고 있다. 중앙당이 '행동지침'을 시달하기도 했지만, '탄핵 역풍'을 누구보다 실감하기 때문이다. 이번 탄핵이 더민주당에게는 '반면교사(反面敎師)'이자 새누리당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더민주당은 탄핵안 투표가 진행됐던 지난 9일 오후 국회의원들에게 일종의 지침을 보냈다. 카카오톡 등을 통해 전달된 내용은 '인증샷을 올리지 마라. 인증샷은 부결될 경우 몸을 지키는 수단일 뿐이다'는 내용이었다. 행동지침에는 '웃지 말고, 악수도 포옹도 하지 말고 그냥 의원실로 들어가라'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한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이날 더민주당 소속 지방의원들은 이같은 지침과 '17대 총선 탄핵 역풍'을 거론하며 각별히 표정 관리에 나서는 모습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의결됐던 2004년 3월 12일 직후였던 같은해 4월 15일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충북은 열린우리당 소속 후보 8명을 모두 여의도로 보냈다.

17대 총선에서 이시종 충북지사를 비롯해 오제세 의원(청주 서원), 변재일 의원(청주 청원)은 이 때 처음으로 금배지를 달았다. 이들은 한때 탄핵 덕에 국회의원이 됐다는 '탄돌이'에 명단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오 의원과 변 의원은 내리 4선을 기록했다. 이 지사 역시 국회의원(재선) 뿐만 아니라 도지사에 재선하는 '7전 7승'을 이룬 정치적 발판이 됐다.

12대 국회 이후 총선과 지자체 선거에서 4차례 낙선했던 이용희 전 의원도 이 때 화려하게 재기했다. 이 의원은 17대에 이어 18대 총선에서 당선돼 국회 부의장까지 지냈다.

고인이 된 김종률 전 의원은 출마선언 20여일만에 정우택 의원을 꺽었고, 경찰 출신인 서재관 의원도 제천·단양에서 송광호 전 의원을 제치는 등 '탄핵 역풍'은 충북에서 많은 이변과 화제를 낳았다.

더민주당 소속의 충북도의원 A씨는 "대통령 탄핵에 따른 정치적 유불리는 쉽게 따지기 어렵고, 견제심리가 적잖게 작용하는 충북에서는 더욱 그렇다"며 "요즘 국회의원은 물론 지방의원, 당원들까지 탄핵과 관련한 발언을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